• 중앙일보 19일 사설 '대통령은 밖에 나가서도 편가르기 하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미국 방문 중 "한국의 보수세력(청와대는 '작전통제권 반대 측'으로 설명)은 주한 미 2사단을 전시 (비무장지대의) 인계철선으로 이용하고 싶어했으나, 미국의 친구인 한국 정부는 이를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미국 의회 지도자들과의 간담회에서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의 발언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실언(失言)이다.

    미 2사단은 한강 이북 중서부 전선 요충지에 주둔하고 있다.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국이 자동으로 개입하는 근거가 됐고, 이런 개념을 '인계철선'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전 세계 미군을 기동화한다는 미국의 새로운 군사전략에 따라 2003년부터 이런 식의 인계철선 개념은 수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안보를 우려하는 국민들 사이에선 '인계철선이 좀 더 지속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긴 했다. 그래야 전쟁 억지력이 보다 확보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미국이 '비무장지대 내 주한미군 인계철선의 무용론'을 강하게 밀어붙인 데다 이 정권이 여기에 동조함으로써 이런 주장은 무위로 그쳤다. 인계철선 논란은 안보상의 차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나라의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고질적인 병폐를 또 드러냈다. 그의 발언은 '자신은 미국의 정책을 따르려고 하는데 국내 보수세력이 이를 발목 잡고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노 대통령이 미국에 대해 어떤 언동을 보였는지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대미 자주'를 내세우며 미국과 각을 세워온 게 누구인가. 그럼에도 자국민을 편 가르기나 하고 보수세력을 타박하기 위해 '이들은 미국의 정책에 반대하는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그것도 외국 지도자 앞에서 말이다.
    모든 국민을 대표해야 할 대통령이 국내에서 일삼던 '분열과 공격'의 정치를 밖에서도 거리낌없이 하니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정말 의심스럽다. 언제까지 이런 '뒤틀어진 인식'에 머무를 것인지 암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