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 16일자 오피니언면 '정진홍의소프트파워'란에 이 신문 정진홍 논설위원이 쓴 <'오늘의 인천 상륙작전'을 감행하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56년 전 오늘(16일) 낙동강 전선에서는 국군과 유엔군의 총반격이 개시되었다. 그것은 바로 전날인 1950년 9월 15일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인천상륙작전을 감행하고 그것을 성공시킨 덕분이었다. 일거에 전세를 역전시킨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은 그 무엇보다도 맥아더의 탁월한 상상력에 힘입은 것이었다. 모두가 낙동강 전선에서 밀고 당기며 질척거리고 있을 때, 맥아더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한 수를 두어 적의 허를 찌르고 단숨에 전세를 역전시켰다. 그래서 맥아더의 상상력이 한국전쟁의 전세를 뒤집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오늘 우리는 또 다른 의미의 낙동강 전선에서 밀고 당기기를 쉼없이 반복하고 있다.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문제로부터 헌법재판소장 문제는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전세대란 논란에 이르기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갑론을박으로 날을 지새운다. 정말이지 지루하게 질척거리는 낙동강 전선이 따로 없을 정도다. 앞으로 치고 나가야 하겠건만 우리는 과거에 발목 잡히고 쓸데없는 명분과 이념의 포로가 되어 현재는 물론 미래마저 망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이렇게 쓸데없이 국력을 소진만 할 수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상상력에 기반한 '오늘의 인천상륙작전'이 필요한 때다. 그것은 5년 후, 10년 후 우리가 뭘 먹고 어떻게 살 것인지를 판가름하는 현실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이념과 명분이 밥 먹여주는 것이 아니다. 괜한 폼 잡는 데 시간 허비하지 말고 잘 먹고 잘살기 위해 이제라도 상상력을 총동원해 살 길을 찾아야 한다. 경제인만이 아니라 정치인.학자.언론이 모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 지금 이대로 가면 쪽박 차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 들어와 있는 중국 동포와 필리핀 출신의 가사 도우미들이 적잖다. 하지만 10년 후 세태가 바뀌어 우리 아이들이 그 일을 하지 말란 보장이 어디에도 없다. 필리핀은 50~60년대에 우리보다 훨씬 잘 살았던 곳이다. 하지만 순식간에 추락해버렸다. 50년대엔 중국 동북 3성의 생활수준이 전쟁으로 초토화된 남북한 어디보다도 우월했다. 하지만 60년대에 이념의 광기에 휩싸인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동북 3성 중국 동포들의 생활수준은 답보하고 추락했다. 반면에 그 시절엔 북한이 남한보다도 앞섰다.

    하지만 70년대에 들어서면서 남한이 새마을운동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덕분에 가난의 질곡을 떨치며 살 만하게 되었다. 그 바탕 위에서 90년대 이후엔 우리가 확실한 비교우위를 확보했다. 이와는 반대로 북한은 기아선상에서 헤매고 동북 3성의 중국 동포들은 돈 벌기 위해 자존심마저 접고 남한으로 들어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곳간은 빠르게 비어가고 있다. 그에 반해 새로운 성장동력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는다. 반도체와 자동차, 그리고 조선 등 있는 곶감 빼내 먹는 데 급급할 따름이다.

    5년 후, 10년 후가 전혀 보이지 않는 '시계(視界) 제로'의 상태를 언제까지나 계속할 순 없다. 과거와 이념, 그리고 명분에 집착해 질척거리는 낙동강 전선에서 더 이상 허송세월만 할 수도 없다. 과감하게 끊고 탈피해야 한다. 그리고 상상력을 총동원하고 국민 역량을 총집결해 먹고사는 전쟁에서 확실하게 전세를 뒤집을 '오늘의 인천상륙작전'을 새롭게 감행해야 한다.

    그 일을 위해 맥아더 같은 리더가 나와야 한다. 맥아더 리더십의 진수는 그의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그의 남다른 상상력에 바탕한 통찰과 비전에 있었다. 박제화된 이념에 사로잡히지 않고 폭넓은 시야와 자유로운 상상력의 비전으로 우리의 앞길을 앞장서 헤쳐나갈 새로운 리더십을 시대와 국민은 고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