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16일 사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분명히 할 것'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시사잡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을 가져봤자 미국 앞에서는 어린애 장난감이다. 미국 네오콘들이 북핵을 겁내지도 않으면서 미래의 가상적으로 여기는 중국을 겨냥한 군비 확장의 명분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7월 북핵과 미사일은 국제사회에 대한 위협이라는 공동인식 아래 15개 이사국 만장일치로 대북제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북한의 형제나라라는 중국과 러시아도 동참했다. 지구상에서 한국 대통령만 “북핵은 자위용이며 일리가 있다” “북한 미사일은 미국에 가기엔 너무 초라하다”는 말을 하는 줄 알았는데 김 전 대통령도 생각이 같았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왜 지금까지 잠자코 있었는지 모르겠다. 김 전 대통령은 오늘의 사태가 근본적으로 자신의 정책으로부터 출발했다는 점에서도 좀 더 빨리, 좀 더 명확하게 그런 생각을 밝혔어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문제는 우리에게 주도권을 맡겨야 한다. 북한은 어지간하면 우리 말을 들어준다”고 했다. ‘민족끼리’ 공조로 북한문제를 쉽게 풀 수 있는데 미국 때문에 꼬였다는 것이다. 실제론 북한은 핵과 미사일 같은 안보문제는 미국만 상대할 테니 남(南)은 식량이나 대라는 입장이다. 오히려 북이 “남은 어지간하면 우리 말을 듣는다”고 생각하는 게 오늘의 남북관계다.

    김 전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을 단독행사하든 말든) 미국이 한국 방위를 하고 싶지 않으면 나가는 것이고 자기 이익이 되면 안 나간다. 그런데 한국방위가 미국의 이익”이라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국이 한국에서 완전 철수하면 북한이 중국의 힘을 업고, 중국의 힘이 한반도를 넘어서 일본까지 가게 되는데 일본이 미국에겐 태평양의 요충지인데 미국이 지켜만 보겠나”라고 자신의 전략관을 밝혔다. 정말로 유감스러운 것은 김 전 대통령의 이런 일사천리식 전략 강의 속에 대한민국의 운명에 대한 아무런 언급도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힘을 업고 중국의 힘이 한반도를 넘어 일본까지 밀려가게 될 때 그 힘이 거쳐가는 통로인 대한민국의 운명은 어찌 되겠는가. 김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을 운영했던 전직 대통령으로서 일본을 걱정하기에 앞서 대한민국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순리고 도리가 아닌가.

    김 전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을 빨리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가 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계제를 만들어야 다음에 어떤 정부가 들어서도 남북관계를 바꾸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이 그렇게 말하려면 김 전 대통령이 시작했고 현 대통령이 이어받은 대북정책의 중간 기착지가 어디고 최종 행선지는 어디인가를 분명히 설명하는 것이 마땅하다. 국민들이 무조건 전 대통령으로부터 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그 대북정책의 선을 따라갔다가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못할 지점에서 정말로 국민이 원치 않는 결과에 부딪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 김 전 대통령에게서 국가 원로로서 국민의 안위를 걱정하고 국가의 내일을 염려하며 국민의 불안을 덜어줄 책임있는 발언이 나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