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일보 12일 사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국무총리실이 정책 결정과정에서 참고하는 보고서 중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참여연대)가 만든 보고서가 65개(22.9%)로 조사 대상 가운데 수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의 정책 수립과정에 미치는 이 단체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 준다. 연세대 유석춘 교수팀은 참여연대의 전·현직 임원들이 이 정부의 고위직 중 158자리에 진출했다는 보고서를 최근에 냈다. 참여연대가 과연 비(非)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인지, 아니면 친(親)정부(Near-government) 기구인지 혼란스럽다.

    참여연대가 발족 이래 12년 동안 반(反)부패를 비롯한 다양한 사회적 의제 설정을 통해 대표적인 시민단체로 발돋움했고, 우리 사회에 공헌한 바도 적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름이 비슷한 참여정부가 들어선 이후 참여연대는 주요 현안에서 친여(親與), 좌(左)편향으로 기울어져 왔다.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지지하고, 사학법 재개정에 반대하며, 자이툰 부대의 철수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다.

    이 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하는 것 정도인데 이는 반시장, 반세계화를 주창하는 좌파의 입장과 일치한다. 참여연대와 이 정권과의 관계로 미루어 정부 정책의 좌편향이 더 심해졌다는 해석이 가능한 이유다. 

    재계에서도 참여연대의 권력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참여연대에 적을 둔 교수들이 소액주주운동을 통해 재벌을 감시한다면서 재벌기업의 사외이사로 들어가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정부 지원을 받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자체 건물의 신축 비용을 모금하는 ‘후원의 밤’에는 기업에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NGO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임은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풀뿌리 없이 명망가 위주로 꾸려가는 시민단체들이 책임성, 투명성,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면 사회적 공신력을 잃게 된다. 참여연대의 권력화가 우려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