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건 대통령 만들기' 기치를 내건 단체가 또하나 만들어졌다.

    10일 창립한 '국민통합과 중도개혁세력 결집을 위한 고건지지 전국 청장년연대(고청련)'은 '중도실용세력 대통합'을 내세우며 신당창당 등 정치활동에 적극 참여할 뜻을 밝혔다. 전국 1만5000여명 회원을 확보했다는 고청련은 연말까지 10만 회원으로 확대해 메머드급 조직으로 성장시켜 신당 창당의 실질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건 전 국무총리의 '애매모호함'은 그를 둘러싼 단체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정말 이 단체가 고 전 총리와 관련이 있는지, 아니면 단지 그의 이름을 허락없이 차용한 정치조직인지 명확하지가 않다. 고청련의 창립대회에 과거 '한국의미래를준비하는모임(한미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까닭이다.

    한미준은 지난해말부터 고 전 총리를 공개지지 하면서 우민회, 고사모 등 팬클럽 등과는 달리 신당 창당과 5.31 지방선거 참여의사 등을 밝히며 정치조직화를 꾀했다. 특히 지난 2,3월 다소 대외활동이 뜸했던 고 전 총리와 달리, 한미준 관계자들은 활발한 언론플레이를 펼쳐 정치권 일부에 고 전 총리의 정치적 외곽조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한미준은 '고건신당을 준비 중'이라느니, '여당 의원중 합류의사를 밝힌 인사도 있다'는 등 굵직굵직한 각종 설들을 퍼뜨리며 외연을 확대했으며,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고 전 총리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관심을 보였다. 급기야 한미준은 4월 서울 백범기념관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지방선거에 독자후보를 내기도 했다.

    현재도 여전히 한미준은 '고건 대통령 만들기'에 전념하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한미준은 고 전 총리로부터 '팽(烹)당했다'면서, 고개를 돌려 영남권 신당이라는 새로운 상품으로 또다른 정치사업을 벌일 움직임이다. 고 전 총리에 버금가는 새로운 인물도 곧 영입하겠다고 한다. 이미 8월 '선진한국당'으로 당명도 바꿔버렸다. 고 전 총리의 이니셜인 'GK'를 차용해 'gk.or.kr'이었던 홈페이지주소도 'seonjin.or.kr'로 변경, 신장개업한 상태다.

    한미준은 고 전 총리의 '기다리는' 성격탓에 갈라설 수밖에 없었다지만, 고 전 총리측에서 보면 갈라서고 말고 할 것도 없는 상황이다. 고 전 총리는 "나와 무관하다"며 한미준의 실체를 계속 부인해왔기 때문이다. 선진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고 전 총리측이 한미준과 깊은 얘기를 나눠놓고서도 행동에 옮기지 않았다"며 결별(?)사정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고청련을 두고 "고 전 총리는 정치를 뚜렷하게 하지 않는다"면서 "아마 한미준처럼 될 것"이라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고청련은 한미준과의 비교 아닌 비교에 큰 거부감을 나타낸다. 고청련 김철근 상임대표는 "과거 한미준은 고 전 총리와 정치로드맵도 다른 데다, 본인들의 의도대로 하려고 고 전 총리측에 강요한 흔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준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정치를 잘 모르는 조직같다"면서 "고청련은 고 전 총리의 정치일정이 급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때가 되면' 고 전 총리와의 명확한 관계가 설정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일단 고청련은 고 전 총리측으로부터 한미준과는 다른 평가를 받고 있다. 고 전 총리측 핵심관계자는 '관심있게 보는 단체'로 미래와경제, 우민회 등과 함께 고청련을 꼽았다. 이 관계자는 고청련의 창립에 "어떻게 발전할지 지켜보는 중"이라며 "한미준과는 다르겠지"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그는 "한미준이 너무 서둘렀다"면서 "서로 상처만 남겨서…"라고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