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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9일자 오피니언면에 이 신문 윤창중 논설위원이 쓴 ‘손학규 미스터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다음 대통령은 누가 될까? ‘족집게’ 예측은 역술가의 몫으로 돌리자. 그러나 나긋나긋한 연성의 CEO형 후보가 될지, 아니면 통 큰 강성의 투사형 후보가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투사형 대통령 시리즈가 끝나고 CEO형 대통령이 탄생할 것인가. 그렇게 믿긴 이를지 모른다. 왜 그럴까? 전문가 집단은 대선 때마다 CEO형을 놓고 고민하지만 그보다 훨씬 숫자가 많은 국민은 투사형을 원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손학규의 지지도 상승이 왜 더딘지 그 해답을 가늠해볼 수 있다.
대학교수, 국회의원 보좌관, 정치부 기자단 여론조사는 한결같이 ‘손학규 대통령’을 선호한다. 그를 CEO형으로 보고 또 기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의 지지도는 ‘마(魔)의 선’이라는 5%대를 아직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아예 ‘노가다’로 변신해 전국을 누비며 혹독한 100일 민심 대장정을 70일이나 넘겼어도 ‘마의 선’ 그 바로 밑인 4.9%에 다가섰을 뿐이다(리얼미터 4 ~ 5일 조사).
손학규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선 굵은 정치다. 경기지사 시절 지구를 10바퀴 돌며 세계 114개 첨단기업으로부터 14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고, 8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 미국같으면 이런 도지사가 선택된다. 하지만 영화감독 김기덕이 국제영화상을 휩쓸면서도 국내흥행엔 왜 실패하는지를 함께 고민해 봐야 한다.
둘째, 고정 지지층을 확보해야 한다. ‘종잣돈 세력’이나 ‘손사모’ 세력이 나와야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 청산, 사학법, 수도이전 논란 등 굵직한 사건 때마다 왜 자신의 모든 것을 걸지 않았는지도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셋째, 고건 박근혜 이명박 간에 경마 경기처럼 형성하고 있는 ‘3각 질주 구도’를 깨기 위해 차별화로 발을 걸고 들어가야 할텐데.
넷째, 투사형의 권력의지를 추슬러야 한다. 그는 대학졸업 후 “한국전력 노조위원장이 되어 서울 시내의 불을 일시에 다 꺼버린 뒤 혁명을 하기 위해” 한전 입사 시험을 볼 정도의 원조 투사였다(그의 자서전 ‘손학규와 찍새, 딱새들’ 중). 하지만 정치권에 들어온 뒤엔 왜 야성과 담력이 엷어진 것일까. 노무현 정권을 바로잡는 데 목숨을 건 대장정을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