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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9일 사설 ‘전효숙 헌재소장 지명 철회가 정도다’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를 둘러싼 25일간의 논란은 노무현 대통령부터 헌법의 명문을 거스른 편법과 파행의 연속이다. 지난달 16일 노 대통령의 ‘3 + 6년 임기’ 전 후보지명에서 6 ~ 8일간의 국회인사청문특위 운영, 8일 국회 본회의의 임명동의안 상정 무산에 이르기까지 헌법과 헌재법, 인사청문회법 자체가 무력하기만 했다.
우리는 인사청문특위가 정회와 속개, 일정의 변칙 연장으로 사흘 내내 지리멸렬이다가 심사경과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해 본회의 표결은커녕 상정조차 무산되고 만 ‘전효숙 사태’의 책임 그 본령은 노 대통령의 독단이라고 믿는다. 현직 윤영철 소장의 임기만료일이 닷새 앞인 9월14일이지만 후임이 이렇듯 논란에 휩싸인 사실은 제4기 헌재의 앞날의 파행 전조로 비친다.
전효숙 사태는 노 대통령이 헌법해석 그 궁극의 책임을 진 헌재의 수장을 인선하면서 헌법 명문을 무시하고 우회한 것이 단초다. 6년 임기를 추가로 보장하기 위해 현직 헌법재판관을 사퇴시키는 편법을 쓰면서 ‘재판관 중에서 임명한다’는 헌법 제111조 4항을 어긴 것이다. 갖은 핑계를 다 동원해 문제없는 인선이라고 강변한 청와대측은 ‘민간인 인사청문회’가 웬말이냐는 청문회 첫날 파행을 지켜본 뒤 6일밤 미리 제출한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에 헌법재판관을 추가하는 ‘또 다른 편법’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헌법에 맞지 않은 인선임을 사실상 시인한 것이다. 하지만 그로써 원초적 편법을 치유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중첩된 편법에 대한 전 후보의 처신은 지켜보기 민망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이 전화로 전한 ‘사퇴 지침’을 그대로 추수한 것은 헌법기관장 후보로서 실격이 아닐 수 없다. 국회마저 편법으로 전 후보 임명에 동의하고 전 후보가 소장직을 맡는다 해도 정치적으로 민감한 헌법재판마다 국민은 청와대의 의중을 좇아온 ‘전효숙 사태’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우리가 독립·중립성 훼손이 제4기 헌재의 원죄로 굳어지고 있음을 우려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전효숙 사태는 헌재와 그 대표자의 중요성을 확인시키는 역설의 계기가 돼 왔다. 대통령과 헌재, 국회가 한결같이 편법의 유혹을 벗어나지 못한 가운데 전 후보 역시 독립헌재·중립헌재의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우리는 노 대통령이 전 후보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편법 과오를 씻는 정도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