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특사 자격으로 지난 29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 황진하 국제위원장은 4일 국회 브리핑을 통해 “전시 작통권 이양시기에 대해서는 협의가 완료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 연구단체 전문가들은 한미연합사가 해체되고 전작권이 이양되면 한미동맹 약화와 주한미군 추가 감축이 불가피할지도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전작권 문제를 한미정상회담 의제에서 빼달라는 한나라당의 요구에 대해 미 정부측 인사들은 “먼저 언급할 계획은 없으나 노무현 대통령이 먼저 제기할 것으로 알며 그럴 경우 대답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럽게 논의될 것이다”며 “구체적인 이양시기나 내용 등에 대해서는 노대통령의 언급과 부시 대통령의 대응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했다.

    전작권 단독행사가 국가의 존망과 관계되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한반도 전쟁발생시 핵·미사일과 함께 가장 큰 위협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장사정포’이다. 북한은 현재 전방지역에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총 1000여 문의 장사정포를 배치해 놓고 있으며, 이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에 위협이 되는 것은 300문 가량이다.

    서울 불바다론과 한미연합사령부

    지난 1994년 3월 19일 북한의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박영수는 ‘전쟁이 일어나면 서울은 불바다가 될 것’이라고 호언한 바 있다. “서울 불바다론‘은 북한의 벼랑끝 외교 전술의 일환과 실제 자신감의 발로라고 분석된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군의 장사정포는 남한의 핵심 군사시설과 기습효과의 극대화를 노린 민간지역 타격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240㎜ 방사포의 로켓에 화학탄을 적재해서 수도권에 투하하면 불과 몇 시간 내에 엄청난 인명이 살상되고 만다. 당시에 국민들이 그다지 혼란에 빠지지 않은 것은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사시 대화력전을 수행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군의 공격징후를 빠른 시간 내에 포착할 수 있는 ‘감시·정찰’ 능력이다. 그러나 우리 한국군 독자적으로 북한군의 포병전력을 저지하기란 전략·전술상 불가능하다.

    북한은 지난 2005년 2월 핵무기 보유를 선언했다. 올 해 7월 5일 노동·스커드 미사일 6발을 동해 공해상으로 발사했다. 또한 미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요격 실험 직후 북한의 추가 미사일 발사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과 특수부대 그리고 장사정포 등 치명적 무기를 갖고도 반세기 이상 대남 도발을 못한 데는 한미연합사령부(CFC)의 완벽한 전시 대비태세 덕분임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

    미국이 전작권 조기 이양을 결정하게 된 배경은 노무현 정부의 친북반미 일변의 정책과 반복적인 주한미군 철수 주장이 자초한 결과이다. 따라서 노 대통령은 국가의 존망과 직결될 수 있는 전작권 문제를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풀어야 한다.

    오는 9월 14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공동번영과 동북아 평화질서 구축을 위해 부시 대통령과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눠주기 바란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대한민국이 이렇게 철저히 고립되었던 때가 없었다. ‘고독한 자주’와 ‘외로운 주권’ 만을 추구하면 한국은 ‘세계의 외딴 섬’으로 전락하게 된다는 사실을 노 대통령도 모르고 있진 않을 것이다.

    지난 9월 2일 시청 앞 구국기도회를 이끈 한국기독교총연합 박종순 대표회장의 고언을 곱씹어 보기 바란다. “국민을 성나게 하고,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잘하는 정치가 아니지요. 또 이렇게 많은(20만 청중) 사람의 의견에도 까딱 않는 정권이라면 희망이 없지요.” 또한 “해외순방 중인 노무현 대통령은 전시 작통권 논의 중단을 바라는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진중하고 사려 깊게 행동하길 바란다”라고 말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나라를 걱정하는 충심도 받아들이기 바란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좌하는 안보관련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 2002년 6월 미군 장갑차에 치여 죽은 ‘효순·미선’양 이름은 잘 알 것이다. 그렇다면 2002년 6월 29일 서해교전에서 순국한 장병들의 이름(윤영하 소령, 한상국 중사, 조천형 중사, 황도현 중사, 서후원 중사, 박동혁 병장)은 과연 기억하고 있는가?

    지난 87년 전두환 전 대통령은 4·13호헌 조치를 발표했다. 이에 맞선 호헌철폐와 직선제 쟁취를 위한 6·10 항쟁에 6·29 민주화 선언으로 물러서는 용단을 내렸다. 권위주의 정권도 국민의 바람을 수렴할 줄 아는데 참여정부가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는 우를 범해서는 되겠는가? 더 이상 80이 넘은 노병이 거리로 나와 심장마비로 타계하는 불행한 사건이 일어나서는 않된다. 한 나라의 지도자가 세계를 바로 읽지 못하면 그 나라와 국민은 존망의 위기로 내몰린다는 역사의 교훈을 기억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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