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은 31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정기국회 대비를 위한 소속 의원 워크숍을 열어 이번 정기국회 목표로 ‘민생제일주의’를 내걸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소속 의원의 단결과 헌신을 강조했다

    위기에 처한 당 상황 극복을 위해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성에 대한 당 지도부 및 중진 의원들의 절박감이 발언 곳곳에서 묻어 나왔다. 김근태 의장과 전 국회의장 김원기 당 상임고문의 “다시 우리가 희망이라는 사실을 보여주자” “이번 정기국회가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라는 발언 직후에는 소속 의원들 사이에서 비장감마저 엿보이기도 했다.

    특히 김한길 원내대표의 작금의 당 상황에 대한 직접적인 진단은 소속 의원들을 일순간 숙연하게 만들었다. 이번 정기국회의 중요성과 대응전략을 설명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김 대표는 “당의 현실을 얘기하겠다”는 말로 운을 뗀 뒤, 소속 의원들의 긴장감을 고취시키려는 듯 ‘노골적’(?)으로 당의 현실을 설명했다.  

    김 원내대표는 “당 지지도, 대통령 지지도 모두 바닥이다. 보수신문은 일면부터 마지막면까지 우리를 공격하고 있다. 사람들은 우리를 집권여당이면서 불임정당이라고 조롱하고 있다. 지역구 돌아다니고 사람만나기가 겁난다고 한다. 재보선 했다하면 지고, 국회에선 한나라당의 결재가 있어야 법안 몇 개 통과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 원대표는 “지도부는 시도때도 없이 자꾸 바뀌고 비상체제가 마치 상시체제처럼 돼 버렸다. 든든한 우리편인 전라도도 여의치 않다. 경상도 출신 대통령이 있지만 경상도 민심은 요지부동이고, 행복도시고 뭐고 다해봤지만 충청도도 주저앉았다. 우리편인줄 알았던 30~40대가 그렇고 젊은 20대층 마저 한나라당이 더 좋다고 한다”면서 비장한 목소리로 현재의 당 상황을 속속들이 언급했다.

    다소 소란스럽던 장내는 일순간 고요해 지면서 일부 참석 의원들의 머리를 숙이는 모습이 포착되는가 하면, 상기된 표정의 의원도 있었으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는 의원도 발견되기도 했다.

    김 원내대표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정치권의 큰 변화 앞에서 뭉치면 우리가 변화를 주도할 것이고 흩어지면 변화의 객체가 될 것이다. 실용 대 개혁 논쟁, 난닝구 대 빽바지 논쟁으로 세월을 보내고, 당정이 따로, 긴장 풀고 있다가 ‘바다이야기’가 판치게 만들고, 뭐 하나 만들면 나홀로 밖으로 딴 소리해대는 사람도 있다”면서 “분명한 것은 우리가 뭉치면 살고 하나가 되면 우리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며 당내 단결과 헌신을 강조했다.

    김 원내대표는 “우리는 지난 총선에서 소위 반민주세력 친일세력 기생주의세력 지역주의세력, 잘못된 정치세력이라는 사람들을 정치중심에서 몰아내는 데 성공했지만, 이에 성공한 우리들은 ‘저건 아니다’라고 해놓고서 ‘이거다’ 하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제 일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정기국회를 통해 ‘이거다’를 분명히 보여줘야겠다. 우리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면서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이에 앞서 김근태 의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지방선거 이후 충격을 심하게 받았지만 우리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길은 있다”면서 “중산층과 서민의 민생회복을 이뤄내야 하고 (정기국회를 통해) 다시 우리가 희망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고 소속 의원들을 독려했다. 이어 “이 길(‘뉴딜;사회적 대타협) 말고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새로운 10년을 맞이하는 돌파구를 열자”며 재차 ’민생제일주의‘를 강조했다.

    이어 격려사에 나선 전 국회의장인 김원기 당 상임고문은 “이번 정기국회는 우리에게 마지막 기회다. 국민 여론을 호전시키고 우리가 중심이 돼서 새로운 힘을 모을 수 있는 바탕이 이번 정기국회에 달려있다”면서 정기국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국민들이 냉담하고 우리에게 반대되는 입장에 많이 기울어져 있지만 우리가 더욱 노력한다면 역사가 역회전 되는 불행한 선택을 하지 않으리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당 상임고문 문희상 의원은 ‘열린당의 오늘과 내일’이란 제목의 주제문 발표를 통해 “'수구세력 때문에, 언론 때문에‘라는 남탓하기는 진실한 반성의 자세가 아니다”면서 “‘내탓이오’하는 반성의 자세가 있어야 하며, 대통령과 지도부에 책임을 돌리고 당내 다른 세력에 책임을 돌리는 내부다툼은 절대로 없어야 하는 등 서로가 자중자애하고 단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의원 워크숍은 100여명의 소속 의원 대다수가 참석했으며, 한명숙 국무총리에게서 하반기 국정운영과 정기국회 대비 정부 상황을 듣고 국민연금 문제, 재경부의 세제개편안, 경기활성화 방안 등에 대한 현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