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30일 소속 국회의원 126명을 비롯 각 지역 당원협의회위원장, 상임전국위원, 중앙위원회분과위원장 등 290여명의 당직자들을 모두 한 자리에 불렀다. 250여명이나 참석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당의 전략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라고 하지만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사행성 성인오락게임 '바다이야기'파문과 강 대표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참정치 운동본부에 대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모으기 위해서다.

    그러나 강 대표는 참석한 250여명으로부터 쓴소리만 들어야 했다. 이날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소속 의원 및 원외 당직자 합동워크숍에선 강재섭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 주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강 대표 당 운영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일부 의원들은 "강 대표가 너무 느긋하다. 대표 되기 전에는 속도를 강조하더니 대표가 되더니 전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전작권에 대한 전략부재와 무기력한 모습으로 언론에 몰매를 맞은 뒤 한나라당은 이날 뒤늦게 '전시작전통제권 논의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소속 의원들은 물론 참석자들도 '대안을 마련하기엔 이미 늦었다'는 반응이다. 한 초선 의원은 "대안이 없진 않지만 지금은 너무 늦은 것 같다. 결국 당 지도부가 처음부터 전략전술을 잘못 짠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강 대표의 '참정치 운동'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시각이 많았다. 참정치 운동본부 준비위원회가 이날 '당직자 및 선출직 공직자 윤리강령'을 발표했지만 이에 대해 참석자들은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조항이 없이 뭘 하자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런 식의 윤리강령은 누구든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등 비판적 목소리가 높았다.

    차기 대선주자인 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빅3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번 지도부가 대선주자에 대한 관리성격이 강한 만큼 강한 추진력과 리더십은 기대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초선 의원은 "지금 빅3(박근혜 이명박 손학규)를 상임고문으로 앉히는 게 가장 시급하다"며 "빅3가 없으니 당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 당직자 역시 "대선주자가 지금 같은 시기엔 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 개인플레이만 할 때가 아니다"고 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당 지도부에서도 표출됐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황진하 사무총장은 "(전작권 환수 문제를 풀 수 있는) 복안으로 제2차 방미단 파견,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한 서신, 국민 설득과 함께 한국에 있는 미8군이나 미 대사와의 면담 등이 있다"며 "또 하나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한나라당 대권주자들과 강 대표와의 회담"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강 대표는 "적절한 시기에 대권주자들과 한번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유기준 대변인이 전했다. 유 대변인은 "전작권 환수 문제와 관련해 강 대표와 빅3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당내 비판 여론을 감안한 듯 이날 워크숍에서 참정치운동과 현안 문제에 대한 토론은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회의에서는 원외 위원장들의 발언이 주를 이뤘지만 전작권 환수 문제 등에 대한 당 지도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날카로웠다. 윤상현 인천남을 위원장은 "전작권 환수 문제가 작년 9월에 제기된 이후 한나라당은 무엇을 했느냐. 아무것도 안했다"며 "강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 강 대표가 안 된다면 원내대표나 정책위의장 등 10여명의 대표단을 구성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강 대표는 이 같은 비판을 수용하면서도 지도부에 비판 일색에 기분이 상한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서인지 강 대표는 참석자들의 '전작권 문제 전략부재' 비난에 "전작권에 관해서는 말리는 사람들도 많지만 말려도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안보에 관한 중요한 문제"라고 받아친 뒤 "영수회담을 제의했고 황진하 국제위원장도 미국에 보냈다. 금주 토요일엔 재향군인회와 한기총이 주최하는 한미연합사 해체 항의집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여기 있는 위원장들도 참석해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