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 - 과연 열린 정치인인가 아니면 관료적 기질을 지닌 분노의 정치인인가?
    행여나 과거 국가안보의 일선에서 생명을 다하여 몸과 마음을 국가에 바쳤던 국방원로들에 대한 이름 모를 적개심의 분출인가?

    김근태 의장은 정치인으로서 정치를 하려 한다기 보다는 오히려 정치를 관료적 사고 속에 매몰시키려고 하는 분이 아닌가 하는 우울한 생각이 든다. 서슬 퍼런(?) 보건복지부장관 했던 체질이 아직 때가 빠져나가지 않아서, 목에 힘(?)이 들어가는 것일까?

    김근태 의장이 국방원로들과 만나 언론에 비친 대화의 모습은, 유연하고 탄력성 있는 정치인이라기보다는 왠지 국방원로들을 대하는 태도가 매우 어색하며, 경직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 ‘국방원로 맞이 대화내용’을 접하는 국민들은 심히 불쾌감을 느꼈을 법도 하다.

    지난 8월 23일 김근태 의장은 김상태 성우회장(전 공군참모총장)과 전직 국방장관들의 예방을 받고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국군원로들은 “전쟁 억제를 위해 한미연합사가 존치해야 하며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는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대통령께 전해 달라”고 건의하자, 김 의장은 “당론은 이미 정해졌다”고 칼같이 국군원로들의 말을 잘랐다. 나이를 따져도 큰 형님 같고 인생을 살았어도 더 많이 살았으며 국가를 위해서도 김근태 의장보다 훨씬 몸과 마음을 많이 바친 국방원로들에 대한 김 의장의 대화태도는 매우 불경스럽다.

    김성은 전 국방장관은 “지금은 을사보호조약이후 대한제국이 넘어가는 때와 같은 국가 초 비상시국이다. 북한이 선제공격을 얘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이 나가면 한국은 전쟁터가 될 수 있다. 이걸 막아 달라고 대통령께 면담하려 하는데 만나주지 않아 대통령과 제일 가까운 의장님께 말씀드리려 왔다”고 매우 정중하게 방문취지를 밝혔다.

    박세직 재향군인회장도 “최근에 딕·체니 부통령과 미국 국방부 실무자들을 만났는데, 전시작전통제권과 관련해 미국 국방부 실무자들은 ‘이미 한국을 포기했다’, ‘북 미사일 발사 후 한국 정부의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등의 단호한 말을 많이 소개했었다. 이에 질세라 김 의장은 “노태우 정권 때 여기 계신 분들도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에 동의했다가 지금은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공세적인 어투로 되받아쳤다.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이 “열린우리당 조성태 의원도 윤광웅 국방장관이 하는 일이 아슬아슬하다고 했는데 그러면 해임되는 것이 아니냐. 윤 장관도 문제지만 대통령이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 같다”고 말하자 대뜸 김근태 의장은 “대통령과 당(黨)을 구분해서 말씀하셔야 된다. 대통령 문제는 행정부에 가서 말씀해 달라”면서 김 전 해군참모총장의 말을 막아버렸다. 이에 김 전 해군참모총장이 “제 말씀 좀 계속 들어 보십시오”라고 말하자, 발끈한 김 의장이 “대화에 예의를 지켜주시지 않는 것 같다. 대통령과 당을 구분해 달라”고 거듭 말했다는 것이다.

    또 이종구 전 국방장관은 “미국에서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가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냐”고 묻자, 김 의장은 생뚱맞게 “여긴 국회상임위원회가 아니다. 질문은 말고 말씀해 달라”고 여지없이 대화를 일축해 버림과 동시에 김 의장은 “당론(黨論)은 분명하다. 전시작전통제권은 이양하고 이양 받을 것이다”라고 단정적으로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고 한다.

    정치(政治)란 무엇인가?

    대화, 담론, 토론, 합의도출, 의견정치, 민의수렴 등을 통해 정교한 리더십으로 문제점을 도출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원대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스려 갈 수 있는 포용력과 포괄적인 연기력이 있어야 하는 공동생활의 예술이 아니던가? 대통령 꿈을 꾼다고 알려진 김 의장이 원로를 맞이하여 대화한 ‘모델’은 한마디로 적장(敵將)을 만나, 자기의 힘을 과시하는 봉건군주시대의 위엄(?)에 찬 장수의 그것과도 같은 느낌을 갖기에 충분했다.

    직책이 높을수록 말의 무게와 포용력이 느껴지도록 언어표현을 절제하고, 정제해야 함은 가장 기초적인 대화의 모습이다. 국방원로들이 제 발로 여권의 대선주자로 칭하는 김근태 의장을 방문했다는 것은 김근태 의장으로서 무엇인가 멋들어진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러나 권위주의적이고 교조적인 대화를 이끌어간 김근태 의장의 이 날 국방원로 방문 맞이는 한마디로 정치인으로서 실점(失點)으로 기록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올 정치적 시련을 극복할 수 있는 정치인의 자아는 무엇보다 기회를 자기의 것으로 유리하게 전개시키면서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인간 김근태 의장을 잘 나타내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김근태 의장은 스스로 얼굴을 붉히며 내쳐버렸다. 김근태 의장은 아름다운 정치인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스스로 분에 못 이겨, 아니면 스스로 높은 권력을 위해, 자기의 인간적인 가치를 격상시키고 자기의 충성심을 돋보이고자, 국방원로를 향하여 울분을 터뜨렸을 수도 있겠다.

    자기를 미화시킬 수 있는 정치인은 능력이 있는 정치인이다. 다소 껄끄러운 사람들을 만나게 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정치인들에게는 자기를 아름답게 돋보이게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김근태 의장의 후회스런 모습을 보고 모든 정치인들이 귀감으로 삼기를 바란다. 정치인의 품격과 인격은 정치인 스스로가 만들어가는 재치와 예지와 행동의 통합 미학이다.

    아울러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서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지닐 수 있는 것도 정치인의 덕목중의 덕목이라면 멋들어진 덕목일 수도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라는 초등학교 시절에 익히 들어왔던 격언을 김근태 의장은 한번쯤 되새겨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객원 칼럼니스트의 칼럼은 뉴데일리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