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일보 30일자 사설 '전의(戰意)도 전략(戰略)도 없는 한나라당 강재섭 체제'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한나라당은 지난달 11일 강재섭 대표체제를 출범시킨지 한달 보름이 훨씬 넘었지만 무기력, 무책임, 무소신, 무사안일과 같은 고질적인 ‘한나라당병(病)’을 극복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강재섭 체제 출범 이후 발생한 사건을 굵직한 사안만 되짚어봐도 그렇다. 북한의 7·5 미사일 도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진행돼온 노무현 정권의 안보 불감증 문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로 표면화한 인사의 전횡 문제,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를 밀어붙이고 있는 노 정권의 ‘안보 폭주(暴走)’, 노 정권의 무능력과 도덕 불감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바다이야기’ 사건 등이 중첩적으로 터져나왔다. 어느 것 하나 예외없이 대한민국의 국기(國基)를 위기의 소용돌이 속으로 내몰아왔다.

    이런 총체적 위기 앞에서 한나라당은 제1야당답게 과연 당운을 걸고 노 정권의 비정(秕政)에 대안다운 대안을 제시해왔는가. 우리는 전의(戰意)부터 읽어볼 수 없다. 행동은 없고 오직 말로만 뒷북치며 국민의 분노와 절망에 편승하려는 무임승차 정당, 만년야당의 허약성과 나태함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그러니 전략(戰略)인들 나올 리 없다. 급기야 노 정권이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라는, 6·25 이후 초유의 ‘안보 실험’을 밀어붙이는데도 대변인 논평이나 성명쯤으로 하루하루를 도식하다시피 해왔다. 전직 국방장관단, 예비역 대장 등은 물론, 안보 현실에 대해 식견이 있는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전시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고 있는데도 한나라당은 정치세력으로서 논의의 주도권을 잡기는커녕 제대로 따르지도 못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처럼 유약한 자세에서 헤어나지 못하다가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유효했던 ‘영수회담’ 카드를 꺼냈으나 청와대로부터 일언지하에 거절당하는 수모까지 자초했다. 그러더니 29일 의원총회를 열어 전시 작통권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려다가 소속의원 126명 중 절반 넘게 불참한데다 결의안 내용에 대한 의견 조율도 어려워지자 ‘없던 일’로 돌렸다고 한다. 이것이 한나라당의 초라한 현주소다.

    한나라당이 지리멸렬한 이유는 간단하다. 노 정권이 쳐놓은 ‘자주의 덫’에 걸려 사대주의 정당이라는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전시 작통권 문제를 자주냐 비자주냐 하는 이분법적 구도로 오해해온 시대착오적인 일부 여론을 상대로 진실로써 설득하기보다는 ‘그런 유권자의 표도 표’라는 기회주의 처신으로 일관해온 것이다. 한나라당은 민심이 갈수록 기대를 거둬가고 있는 현실을 직시할 능력이나마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