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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가 변해야 나라가 산다
며칠 전 이용훈 대법원장이 전국법원장회의에서 최근의 법조 비리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를 했다. 국민의 사법 불신 정도가 재판 본래의 기능에 장애를 초래할 만큼 심각하게 된 것은 따지고 보면 법관의 도덕성과 첨렴성이 의심받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부정·비리는 비단 사법부에만 국한하는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국정의 거의 모든 부문에서 부정과 비리는 일상화되고 있을만큼 심각하다.
2005년 국제투명성기구(TI)의 부패인식지수(CPI) 발표(159개국 중 40위)를 보면 경제규모 세계 11위의 한국이 투명도 중하위국의 오명을 씻지 못한 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내고 있어 유감이다.
지금 안팎으로 나라가 어렵다.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한미 FTA 등으로 국론이 분열되어 있고, 경제는 ‘낮은 성장률’과 ‘높은 실업률’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국의 조지 슐츠 전 국무장관은 "한국은 굳건한 안보태세를 마련하여 국제공산세력과 싸워 이겨 나라가 망하지 않았고, 산업화를 20여 년의 단기간에 달성하여 가난을 벗어났으며, 5·16 이후 군부정권이 지속되었지만 6·29선언으로 평화적인 정권교체를 이뤄 민주주의를 이룩하더니 급기야 세계 인권국가의 모범이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세계인이 경탄한 ‘한강의 기적’은 지금 50, 60대 이상의 기성세대가 피와 땀과 눈물로 일구어 낸 결과물이지만, 박봉과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국가발전을 위해 멸사봉공(滅私奉公)의 자세로 일해 온 공직자들의 노고와 희생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될 것이다.
선진화의 기수 - 공직자의 자기혁명 선행
이제 해방이후 환갑을 맞이하기까지 숨 가쁘게 달려온 한국사회가 다시 한번 조국 선진화의 기치를 높이 들 ‘새로운 피’의 수혈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그 어느 때보다 공직자들의 책무가 더 크고 무겁다 하겠다. 앞으로 공직자들의 활동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국민의 감시와 요구에 봉착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공직자들의 의식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민들에게 변화하라고 주문하려면 공직자 자신들부터 자기혁명을 선행해야 한다. 또 사람이 달라져야 조직이 변화하고, 조직이 변화해야 업무가 효율화되고, 행정문화가 바뀐다는 것을 알고 생산성 개념의 행정을 펴야 한다.
한 예로 내가 맡고 있는 직무를 금전으로 환산하여 내 봉급의 3배를 일해야 개인이 살아남고, 조직이 지탱할 수 있다는 점을 전 공직자가 재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행정문화는 자연히 높은 수준의 서비스개념으로 정착될 것이다.
다음은 주민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주민은 나의 고용안정을 보장해주는 고객으로 봐야 한다. 주민에 대한 서비스회사라는 인식을 확고하게 지니고 무한봉사를 실천해야 한다. ‘발로 뛰고 땀을 흘리고’ 때로는 주민의 손을 잡고 함께 ‘눈물도 흘리는’ 행정이야 말로 진짜 행정인 것이다. 내 고장이 바로 서고 발전하려면 공직자의 정신과 생활태도가 새롭게 정립되어야 한다. 즉 ‘행정은 최대의 서비스산업.’이라는 프로정신을 생활화하고, 개인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며, 업무의 품질 향상에 주력하고, 주민과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큰 정부는 시장(市場)의 복수를 부른다
그리고 닫힌 조직을 과감하게 열어야 산다. ‘우리의 공직 문화는 훈련된 무능력자를 양산하는 시스템’이라는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경쟁의 원리가 도입되는 곳에선 안일과 부패의 싹이 움틀 수 없다.
노무현 참여정부 출범 3년 반 동안 경제성적표가 초라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장 위에 군림해 온 ‘큰 정부’가 시장의 복수를 부른 것이다. 최근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이 재계에 ‘뉴딜’을 제의했다. 정치권이 출자규제를 없애고 경영권을 보장하는 조치를 강구할테니 재계는 투자와 고용을 늘려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제 살리기가 장사치 흥정하듯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와 고용확대는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 활동이 활성화되면 정치권이 요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나타나게 된다.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 내려면 규제완화가 ‘실질화’돼야 한다. 규제가 철폐되어야 공직자들이 만년 ‘철밥통’이라는 오명에서 해방될 수 있는 것이다.
공직자들은 10년 후 한국의 미래를 보고 일해야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무능한 좌파정권의 눈치나 살피는 하수인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특히 지방정부들은 열악한 재정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지방공무원들은 전문성을 제고해야 한다. 앞으로 맞이할 고령화 사회, 복지시대에는 더욱더 지방의 역할이 커진다.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가에 대한 연구와 준비는 전적으로는 지방공무원들에게 달려있다. 이제 변하지 않고는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
‘지방이 있고 한국이 있다’라는 향토애와 ‘지방이 변화하면 국가도 변화한다’는 신념으로 지방개혁에 앞장서는 공직자는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 그리고 지역사회를 살린다. ‘우유를 마시는 사람보다 우유를 배달하는 쪽이 더 건강해진다’라는 영국속담처럼 ‘기쁘게 해주는 기쁨’이야 말로 공직자의 최고의 기쁨이 아닌가. 일상의 근무가 개인의 역사와 향토사를 쓰는 일이라는 역사인식이 있을 때 공직의 의미가 새롭게 조명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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