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무현 대통령의 부적절한 말은 한∙미 동맹의 생명력에 해만 될 뿐이다”

    데릭 미첼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1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면서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시작통권) 환수’ ‘동북아 균형자’ ‘자주’ 등의 표현은 북한보다 미국이 문제라는 느낌을 준다. 북한이 위협인지 아닌지, 북한의 도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인식 차이는 양국 관계에 깊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고 밝혔다.

    미첼 연구원은 한 미 동맹에 대해 “더 이상 강하지 않다. 대북 문제에 관한 양국 정부의 인식과 접근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동맹은 표류하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전시작통권 환수’라는 표현도 50년 이상 된 한미동맹을 모욕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동아태 지역 안보문제 전문가로 손꼽히는 그는 “그 동안 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행정부 내에서 불확실성과 의심, 분노를 일으켰고, 한미 동맹을 해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노 대통령에 대한 미 행정부의 좌절과 실망이 크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전시작통권 이양 시기를 빨리 넘기겠다고 한 것과 관련해서도 그는 “부시 행정부의 감정이 작용했다고 본다”며 “양국의 전략가와 정치인들은 전시작통권 이양에 속도를 내기보다는 전시작통권의 변화가 한반도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의 전직 국방부 장관들이 ‘때가 아니다’며 한 목소리를 냈는데 대통령이 바로 반박한 것은 참으로 기이한 일”이라며 “전시작통권 문제를 논의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대북 전쟁 억지력을 유지하느냐이다. 전시작통권은 군사적 조건들을 충분히 갖춰가면서 무리하지 않고 매끄럽게 넘겨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는 양국 정상의 친밀도에 대해 미∙일 정상관계를 꼬집어 비교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은 외국지도자와의 개인적인 관계에 상당한 가치를 부여한다”고 전제한 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부시 대통령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야구 얘기 등으로 친해지더니 이제는 미∙일 동맹에 관한 전략적 비전을 공유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반면 부시 대통령과 노 대통령은 개인적인 관계에서든, 현안을 협의하는 업무적인 관계에서든 서로 편안해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첼 연구원은 1997년~2000년 미 국방장관의 동아태 담당 특별보좌관을 지냈다. 현재 싱크탱크인 CSIS 에서 국제안보 분야의 전문 분석가로서 ‘미 의회의 한국에 대한 태도’ ‘미일 동맹의 미래’ 등의 연구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