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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12일 사설 '국정을 파괴하는 청와대 386의 횡포'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청와대 386의 인사 개입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보복 경질당했다는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은 아리랑TV 부사장과 국립영상자료원장 외에 여러 건의 인사 청탁이 있었다고 공개했다. 이를 거절하는 유 전 차관에게 청와대 비서관은 "배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라고 협박했다고 한다. 그 뒤 민정수석실에서 나온 조사관도 "왜 청탁을 들어주지 않느냐"고 추궁했다고 한다.
청와대는 이를 '정상적인 업무 협의'라고 주장한다. 도대체 다른 어떤 나라 핵심 권력층이 이런 조폭 수준의 천박한 언행을 할 수 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국민이 이런 조폭 집단에 권력을 맡긴 것인가. 우리 헌법에 한 번 선거에 이긴 집단은 임기 중 국정을 마음대로 농단해도 된다고 규정돼 있기나 한가. 이것이 이 나라 권력층의 본질이라면 민주주의라는 옷을 입고 국민 주권을 노략질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지낸 정태인씨는 386 실세들로 구성된 '비선(秘線)'의 영향력을 폭로한 적이 있다. 그는 "모든 로비와 압력이 다 386들을 통해 올라온다"고 말했다. 그의 증언을 들어보면 청와대 비서실의 장관급 인사뿐 아니라 금감위 부위원장의 경질도 386들이 밀어낸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중요한 정책 결정은 물론 인사에까지 깊숙이 개입해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의 증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유 전 차관 문제는 이렇게 감춰져 있던 386의 횡포를 드러낸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한 셈이다.
재작년 장군 진급 심사 파문으로 육군 인사 관련자들이 좌천과 구속의 불명예를 안았다. 육군 관계자들은 이것도 사실은 청와대 386이 노골적으로 진급 인사에 개입했고, 이를 거부한 데 대해 보복한 게 사건의 본질이라고 주장한다. 독도 주변 수로 조사 문제로 한.일 협상을 끌어냈을 때는 협상을 주도한 외교부 차관을 흔드는 등 외교.안보 문제에도 집단적으로 개입하고 있다고 한다. 김모 전 북미국장 등 386에 미운털이 박히면 인사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고, 386 인사나 그들과 코드가 맞는 사람은 징계를 받아도 다음 자리를 보장받는다. 전횡의 정도가 도를 넘다 보니 관리들도 386의 눈치를 보며 복지부동하는 게 습관이 돼 버렸다.
이 정부는 인사를 시스템으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다면평가에서 항상 수위를 달려온 유진룡 전 차관을 업무 태만으로 밀어냈다. 직업공무원제는 이런 전횡을 막고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 마련된 것이다. 극소수 정치집단이 이를 허물고 코드에 맞춰 줄세우기를 하고 있으니 국정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국정을 정상화하려면 이 386의 장막부터 걷어치워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