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와대가 언론과 또다시 전쟁을 벌일 태세다. 청와대 이백만 홍보수석비서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유력 언론을 '사회적 마약'이라는 극언까지 내뱉었다.

    '노 대통령에 대한 아첨의 달인'으로 꼽히는 이 수석은 28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고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국가원수를 폄훼했다"고 주장하며 "두 신문의 최근 행태는 마약의 해악성과 심각성을 연상시킨다"고 막말을 뱉어냈다. 그는 노 대통령에 대한 비판적 내용을 담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분석기사, 칼럼이 "마약처럼 강렬한 자극, 짜릿한 자기쾌감, 무절제의 전염성을 쫓았다"며 핏대를 올렸다.

    이 수석이 문제삼은 기사는 조선일보 28일자 '계륵 대통령', 같은날 동아일보의 칼럼 '세금 내기 아까운 약탈 정부'와 27일자 '대통령만 모르는 노무현 조크'다. 그는 조선일보의 기사를 두고 "국가원수를 먹는 음식에 비유했다"며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오버'했다. 또 동아일보 칼럼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정부를 '약탈정부'로 명명하고 '도둑정치'라는 표현도 했으며, 전날은 출처불명의 유치한 농담을 전하면서 국가원수를 '저잣거리의 안주'로 폄훼했다"며 신경질적 반응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기사 곳곳에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섬뜩한 증오의 감정이 깊이 묻어 있다"는 '자신만의' 판단을 드러내면서 "해설이나 칼럼 형식만 띠고 있을 뿐 침뱉기이며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협박성 멘트를 날렸다. 이 비서관은 또 "절제력을 잃고 선정적 제목장사로 대통령과 정부를 무분별하게 공격하는 행위를 계속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무언가 일을 저지를 듯한 뉘앙스도 풍겼다.

    청와대, 조선 '노무현은 계륵' 기사에 "반론권이상 대응하겠다" 엄포
    노가 발탁한 이백만, "조선·동아가 국가원수 폄훼…보고만 있을 수 없다" 흥분

    국정홍보처 차장 시절 이 수석은 노 대통령에 대한 도를 넘는 아부와 칭송으로 인해 야당이 '국정홍보처 폐지 법안'까지 제출하게 만든 장본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고교교장, 노 대통령은 대학총장" "박정희 시대는 고성능 자동차, 노무현 시대는 신형 비행기" 등의 아첨이 그의 대표작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 2월 그를 "뛰어난 업무수행 능력을 발휘했다"며 직접 발탁, 청와대에 자리를 마련해 주었다.

    청와대도 이날 오전 조선일보의 '계륵 대통령' 보도에 대해 "언론의 본분을 벗어나 언론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라며 "스스로 언론이기를 포기한 것으로 강력히 대처하겠다"고 정태호 대변인이 밝혔다. 이 기사와 관련해 '심각한 논의'를 했다며 청와대는 "반론권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조선일보는 '계륵 대통령'이라는 제하의 정치분석에서 "2년 전 대통령 탄핵을 심판했던 민심은 재보선에서 탄핵주역을 당선시킬 정도로 180도 바뀌었다"며 "민심의 이런 추이를 여당 의원들도 뒤좇고 있으나 아무래도 집권당인 탓에 걸음걸이가 늦다"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이제 여당에서조차 "함께 가기엔 너무 부담되고 그렇다고 쉽게 헤어지자고 하기도 어려운" 계륵같은 존재가 됐다는 분석이다.

    동아일보의 칼럼 '세금 내기 아까운 약탈 정부'는 노 정권의 낙하산 인사, 코드인사를 비판하며 "이 땅을 떠날 수 없어 혈세 바쳐 코드맨들 먹여 살리는 국민이 불쌍하다"는 주장을 실었다. 전날인 27일 '대통령만 모르는 노무현 조크'에서는 "지난 월드컵에서 박치기 사건이 일어난 이유는 마테라치가 돌연 '너 노사모지'라고 해 지단이 참을 수 없었다"는 시중의 농담을 전하며, "지나치게 희화화된 노 대통령의 모습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않다"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