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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한나라당의 부정적 이미지 6개월 안에 완전히 없애겠다"고 포부를 밝힌뒤 사흘만에 터진 골프파문.
부정적 이미지 탈출과 당의 변화는 커녕 '한나라당이 그렇지 뭐!'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하는 강 대표는 출범 열흘만에 대국민사과까지 해야하는 참담한 상황을 맞았다. 유기준 대변인은 "강재섭 대표가 이렇게 격노한 것은 처음봤다"고 말할 정도로 강 대표는 화가 머리끝까지 찼다.
스스로도 자신의 심경을 "'여리박빙(如履薄氷)' '읍참마속(泣斬馬謖)"이라고 말했다. 수해복구와 7·26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강 대표와 당 지도부는 갑작스레 터진 골프파문을 수습하기에 분주했다. 21일 자당 소속 고위관계자의 골프파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자 강 대표는 즉시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현지조사를 지시했고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수위를 논의했다.
문제를 일으킨 홍문종 경기도당위원장에겐 사표를 받는 등 어느 때 보다 발빠르게 대응했다. 대국민 사과까지 하고 이처럼 신속하게 대응했지만 전당대회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터진 악재에 당 지도부는 매우 짜증스런 모습이다. 22일 염창동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당 지도부의 표정은 침울했다.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강 대표와 이재오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의 표정은 굳어있었고 고개도 들지 않았다. 강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은 공개된 회의에서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았다. 강 대표는 화가 덜 풀린 듯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이재오 최고위원은 입술을 깨물었다. 강 대표가 자신의 발언이 끝나고 이 최고위원에게 마이크를 넘기려 하자 이 최고위원은 고개를 저었다.
강 대표는 거듭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는 "어제 하루동안 제가 느낀 것은 사자성어로 '여리박빙' '읍참마속' 이런 것이 생각났다. 봄날 살얼음 판을 걷듯 생활해야 하는데..."라며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고 다시한번 국민들께 사과드리고 입이 열개라도 변명을 할 수 없다.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문제를 일으킨 당 관계자들에 대한 불만도 털어놓았다. "이재민과 고통을 분담하자는 기간을 만들었고 늘 수해가 난 기분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시·도지부별로 수해상황실을 만들어 피해상황을 빨리 파악해 복구도 하고 수해가 나지 않은 지역은 타지역 지원도 가라고 지시했는데..."라고 개탄한 뒤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경기도지부 간부들이 그것도 수해가 난 지역에 가서 그런 일을 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강 대표는 "이미 제가 조치를 할 수 있는 정치적 조치를 많이했다. 대국민 사과도 드리고 심지어 선출직이긴 하지만 사표도 받았다"며 "윤리위원회가 소집돼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해당 의원들이 현지조사를 하고 있고 신속하게 법적인 절차를 밟아갈 것"이라고 밝힌 뒤 "당 소속 자치단체장들이 일으킨 크고 작은 물의에 대해서도 조사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국민 앞에 거듭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수해복구중 터진 골프사건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사건으로 사죄드리고 당도 공동책임을 느끼고 있다. 진심으로 거듭 용서를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