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의 강세가 점쳐지는 7·26재·보궐선거에서 이변이 벌어질까.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성북을 지역에서 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변'에 가까이 다가간 사람은 민주당 조순형 후보다.

    한나라당 최수영 후보의 뒤를 추격하고 있는 조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민주당 밖에서도 지원 세력들이 빠르게 결집하고 있다. 중앙당을 여의도에서 성북을로 옮겨 온 듯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민주당에 이어 외곽의 ‘반(反)노무현’ 세력이 조 후보 캠프로 모이고 있는 것.

    철저한 ‘반노(反盧)’를 자처하고 있는 국민중심당 이인제 최고위원이 조 후보 지지선언을 한 데 이어 뉴라이트 진영도 움직이고 있다. 전국 에 3만명 이상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의 공동대표 유석춘 연세대 교수(사회학과)가 21일 공개적인 지지선언을 했으며 24일에는 이 단체 상임의장 김진홍 목사가 직접 지원유세에 나선다. 또 새정치연대 장기표 대표도 조 후보를 돕고 있다. 이들은 조 후보를 통해 ‘탄핵의 정당성’을 심판받겠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탄핵 주역’으로 낙인찍혀 17대 총선에서 떨어진 조 후보가 ‘탄핵 주역’이기 때문에 돕겠다는 것이다.

    유 교수는 이날 정치웹진 ‘프리존’에 올린 ‘대한민국 정통성을 지키는 조순형 후보를 지지한다’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번 보선에서 노무현 정권의 파렴치한 행위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인사의 당선이 절실하다”며 조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4·13총선에서 탄핵 역풍으로 노 정권이 혜택을 입었지만 노 정권을 경험한 지금은 탄핵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조 후보는 노 정권의 본질을 국민에게 고발한 탄핵의 지도자다. 탄핵은 노 정권의 대한민국 흔들기에 맞서 정통성을 지키기 위한 의로운 노력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조 후보의 “대한민국 정통성에 대한 확고한 가치관”과 “청렴하고 강직한 모습”을 또다른 지지 이유로 꼽았다.

    현장 지원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할 것으로 알려진 김 의장도 조 후보 당선을 통해 탄핵의 정당성을 알리겠다는 각오다. 김 의장의 한 측근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조 후보는 노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분이고 국가정체성 문제도 확고하다”며 “개혁보수 성향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도 조 후보가 적임자”라고 말했다. 그는 “조 후보가 당선되면 향후 개혁보수 대연합의 정치지형에도 좋을 것”이라고도 말해 향후 있을 정계개편에 대한 고려도 담겨있음을 시사했다. 새정치연대 장기표 대표도 “국민들은 5·31지방선거에서 노 대통령 탄핵추진이 옳았음을 확인했다. 그런 만큼 탄핵의 희생자인 조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했다. 이들 외에도 많은 전국연합 회원의 개별 지원도 이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반노 세력’ 결집 움직임에 대해 조 후보측도 “하루에도 돕겠다는 사람들이 수십명씩 몰려온다. 역전 가능하다”며 고무된 표정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을 탈당한 강삼재 전 의원과 또 다른 탄핵 주역인 홍사덕 전 원내총무의 합류설이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이를 부인하며 ‘한나라-민주 공조’로 비춰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조 후보측 관계자는 “탄핵 정당성과 조 후보와의 친분 때문에 정파를 떠나 개인적으로 찾아와 주는 것은 문제없다”면서도 “한나라당이 추구하는 보수 색깔과 우리가 표방하는 중도·실용주의는 극과 극”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는 국중당 이인제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도움을 주겠다고 해서 무조건 다 받을 수는 없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지만 이날 오후 오는 23일 이 최고위원가 지원유세를 하는 것으로 최종 확정했다. 장 대표는 하루 전인 22일 지원유세를 펼친다.

    ‘박근혜 카드’ 꺼낸 한나라

    이 같은 반노 세력 결집에 한나라당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당 지도부는 ‘선거보다 수해복구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선거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박근혜'라는 '필승 카드'를 꺼내들었다. 전대 후유증을 겪고 있는 당내 분위기를 감안해 당분간 대외적인 활동을 자제할 것으로 알려진 박근혜 전 대표가 22일 최수영 후보 지원 유세에 나설 계획이다. 최 후보측은 “선두 굳히기에 들어갈 수 있다”며 반색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출연에 조 후보측은 “드라마 '주몽'의 주인공 탤런트 송일국 정도의 팬을 확보하고 있는 박 전 대표이기에 좋은 상황은 아니다”며 “박 전 대표가 오래 있다가 가면 선거가 힘들어진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조풍(趙風, 조순형 바람)’이 불고 있는 성북을 선거의 승패도 승리를 몰고 다니는 ‘박풍(朴風)’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20일 성북을 지역의 재래시장등을 돌며 최수영 후보 지지활동을 벌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