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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 후유증이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가 흐트러진 당 분위기와 기강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이재오 최고위원과의 마찰로 시작부터 체면을 구긴 강 대표는 출항한지 일주일이 지난 만큼 본격적으로 당 운영의 주도권을 확실히 쥐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이 최고위원과의 팽팽한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았고 대선후보 경선규정 변경주장에도 박근혜 전 대표와 함께 변경불가 쐐기를 박은 만큼 확실한 당 장악을 해나가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또 색깔론 사과를 요구하던 소장파도 뒷걸음질치고 당직인선 역시 자신의 당 운영에 유리한 방향으로 마무리한 만큼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분위기다.
한나라당은 21일 오전 서울 경기 강원 경남 등 수해지역 시·도지사와 건교부 농림부 등 관계부처 장·차관들과 함께 국회에서 종합수해대책회의를 열었다. 당 정책위 주관으로 열린 이날 회의엔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과 박흥수 농림부장관 등이 참석했다.
시·도지사와 관계부처 장관까지 참석한 회의에서 강 대표는 낮은 목소리로 수해복구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회의 긴밀한 협조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수해복구에 대한 발언을 마무리 한 강 대표는 "이 자리에서 할 얘기는 아닌데"라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전국이 비상체제에 돌입해 수해복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가운데 자당 소속 고위관계자들이 골프를 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밝혀졌기 때문이다. 강 대표 본인이 직접 '골프 자제령'을 내리고 이번 한 주를 '수해고통분담주간'으로 정해 모든 당력을 수해복구에 집중할 것을 당부한 상황에서 당 고위관계자가 골프를 쳤다는 보도에 강 대표는 격노했다.
장·차관을 비롯 많은 정부관계자들이 참석한 자리에서 강 대표는 이들에 대해 강하게 비난을 쏟아냈다. 강 대표는 "당은 20일 부터 30일까지를 수해고통분담주간으로 정하고 모든 의원과 당직자들은 수해민과 고통을 함께 하고 봉사활동을 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그런데 오늘 아침 긴급 보고를 받아보니 경기도 원외위원장이 이런 지시에도 불구하고 골프를 쳐 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며 "이는 절대 용서하지 못한다"고 소리쳤다.
그러면서 "당은 당 윤리위원회 등 모든 것을 소집해 최대한 강력한 제재를 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사무총장은 빨리 절차를 밟아 강력한 제재를 하라"고 지시했다. 정부관계자들을 비롯해 참석한 자당 소속 시·도지사와 소속 의원 모두 강 대표의 발언에 숨을 죽였다.
이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기 위해 국회 기자실을 찾은 나경원 유기준 대변인은 "강 대표가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나 대변인은 "당이 수해복구를 위해 전시체제와 마찬가지로 혼신의 힘을 쏟고 있는데 골프를 치다니... 오늘 중 윤리위원회를 열어 당의 수해복구 의지에 반하는 이런 행위에 대해 엄중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 대변인은 좀 더 자세히 강 대표의 반응을 전했다. 유 대변인은 "조금전 강재섭 대표를 만났는데 이렇게 격노한 것은 처음봤다"고 말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사무총장에게 지시해 당 윤리위원회를 소집하도록 했다"며 "수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국민과 고통을 같이 하려는 마당에 이런 행위에 대해 즉각적이고 단호한 제재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한나라당에 따르면 자당 소속 홍문종 경기도당 위원장 등 고위관계자 4명이 수해복구가 한창인 20일 오후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졌다. 홍 위원장을 비롯해 김용수, 김철기 도당 부위원장, 홍영기 용인갑 당원협의회장, 이재영 평택을 당원협의회장 등은 20일 오후 수해피해가 큰 강원도 정선에 위치한 강원랜드 골프장에서 도내 사업가들과 함께 2개 팀으로 나눠 골프를 쳤고 130만원 정도의 그린피도 골프모임에 참석한 사업가가 신용카드로 결제한 것으로 알려지며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은 라운딩 후 인근 유명식당에서 술자리까지 가진 뒤 골프텔내 스위트룸에서 숙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문종 위원장은 박근혜 대표와 가까운 인물로 평가되고 있으며 지난 당대표 경선과정에서 강 대표측을 적극 지원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