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함께 경남 진주에서 태풍 '에위니아' 피해복구 작업을 펼쳤던 한 자원봉사자가 당시 느낀 바를 글로 소개했다.

    최근 대학을 졸업한 송은혜씨는 지난 13일과 14일 민심대장정 도중 태풍 피해복구 요청을 받고 급히 이동한 손 전 지사와 함께 진주 대곡면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벌였다. 송씨가 이틀간의 수해복구작업을 마친 느낌을 전한 글은 손 전 지사의 홈페이지에 20일 공개됐다.

    송씨는 진주에서의 1박 2일간을 "짧고도 긴 여운을 남긴 시간"이라고 표현하면서 비닐하우스 복구작업, 잡초제거, 상추씨앗뿌리기 등 활동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할 뻔한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과 태풍 피해 심각성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며 "토양을 비옥하게 해주는 지렁이마저 소중하게 느껴졌다"고 전했다.

    송씨는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학생시절 손 전 지사가 재임 중이던 경기도가 주최한 평화대장정에 참가한 이후 매달 봉사활동을 해왔다"며 "이번에도 봉사활동을 이어가던 도중에 진주지역 피해복구 작업 소식을 듣고 동참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민심대장정 21일째를 맞고 있는 손 전 지사는 충북 단양으로 이동해 수해복구작업을 벌였다. 손 전 지사는 20일과 21일 양일간 단양·제천 일대에서 복구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이 지역은 집중호우 당시 시간당 50㎜의 장대비가 쏟아져 총 350㎜의 강우량을  기록, 수도와 전기가 끊기고  농경지 530ha가 침수되는 등 극심한 피해를 입은 곳이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전국각지에서 모인 50여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비닐하우스 철거, 고춧대 세우기, 과수원 청소를 진행했다. 약 8시간 동안의 작업을 마친 손 전 지사는 지역주민, 자원봉사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이날 공정을 돌아보고 21일 작업계획을 함께 세우기도 했다.

    손 전 지사는 구슬땀을 흘리며 "날씨가 서늘해서 무더웠던 지난 진주에서의 작업에 비해 훨씬 탄력이 붙을 것 같다"며 "많이 관심을 갖고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진주 수해복구작업에 동참했던 자원봉사자 송은혜씨의 편지 전문

    1박 2일 동안에 짧고도 긴 여운을 남긴 시간이었다.

    나는 수해복구작업에 참여하기 위해 14일 이른 새벽 4시에 출발해 버스에서 새우잠을 자며 진주에 도착했다. 터미널 근처에서 합류할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아침을 먹었다. 난생 처음 진주에 와서 모든 게 새롭게 느껴졌다.

    이윽고 진주시 대곡면 마진리 마호마을에 도착했다.

    나는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이장님을 따라갔다. 남자들은 비닐하우스 복구작업장으로 이동했고 여자들은 매실나무 주위 잡초를 베는 낫질을 했다.

    일을 하면서 여기저기 ‘으악’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렁이가 뱀같이 너무 크고 징그럽다는 소리였다. 그러자 작업을 하던 한 친구가 “지렁이 죽이면 안돼요, 지렁이가 토양을 비옥하게 해 준단 말이에요”라고 소리쳤다. 지렁이도 소중하게 느껴졌다.

    오전 작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회관으로 갔다. 밥이 꿀맛처럼 맛있었다. 오후에도 오전에 이어 잡초베기를 시작했다.

    작업을 끝낸 우리는 힘을 보태기 위해 남자들이 비닐하우스 수해복구작업하는 장소로 이동했다.

    즐거운 새참시간이었다.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만들어온 수제비였다. 우리들 모두 다같이 맛나게 수제비를 먹었다. 먹고 난 후 함께 빈 그릇을 할머니 댁에 갔다드렸다.

    할머니 댁에 들어서자마자 내 눈에 들어온 건 낡은 가옥에 큰 생수 2통이 보였다. 마루바닥에 앉아 할머니에게 물은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 하신 말씀이 생수 2통도 어제아침에 갖다 줬다고 하셨다.

    그 말을 듣자마자 내가 너무 부끄러웠다. 오전, 오후 어설픈 낫질을 하면서 목이 말라 함부로 물을 썼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손 씻고 얼굴에 뿌리고… 할머니 댁에서는 빗물을 받아쓰고 그러셨다는데…

    이렇게 14일 수해복구작업은 저녁식사를 먹고 끝났다. 저녁에 봉사활동을 하러 온 모두가 모여 각자 느낀 것들과 FTA 등 농민들과 연계되는 이야기까지 열띤 토론을 하면서 하루를 마쳤다.

    여자들은 이장님 댁으로 가서 잠을 잤다.

    15일 6시 기상해 아침식사를 하고 7시부터 상추씨앗 뿌리기 작업을 했다.

    수해로 비닐하우스를 대부분 잃고, 이젠 빚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빨리 자라는 상추라도 키워 팔면 복구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을주민의 간절함이 묻은 작업이었다.

    비닐하우스를 지나쳐 안쪽으로 걸어가서 상추씨앗 뿌리기 작업장으로 갔다. 난 그늘 밑에서 하는 것이라서 전혀 힘들 거라고 생각을 안 했다.

    하지만 시작하면서 고난이도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허리가 아프다고 하는 등 소리가 들렸다. 사람은 모두 똑같은 것 같다.

    난 오전작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비닐하우스 길쪽을 슬슬 지나갔다. 비닐하우스는 내 키보다 훨씬 큰데 물에 잠겨서 비닐하우스 안에 농작물이고, 비를 피하려고 넣어두었던 농작기계들까지 피해를 입은 것이었다. 내 눈에 비닐하우스는 너무 넓고 많은데 이걸 어떻게 정리할지 걱정에 마음이 울컥했다.

    그늘에 고작 상추씨앗뿌리기에 허리 아프다고 한 내가 너무 바보스럽고 한심하다는 생각에 너무 창피했다. 그렇게 난 오후시간까지 작업을 하고 봉사활동 일정을 마쳤다.

    마을 사람들에게 단체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차에 올라탔다.

    그렇게 난 1박 2일 동안 진주수해복구작업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머릿속이 복잡했다.

    마을사람들 연령이 대부분 50대에서 70대라고 하셨다. 나한테는 할아버지, 아버지뻘인데 내가 와서 도와드린 게 없어서 속상했다. 수해복구작업을 마치고 함께 일했던 손학규 전 지사는 다시 100일 민심대장정 길로 향했다.

    내가 마을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한 이유가 있다. 매번 봉사를 마치고 느끼는 것이지만 봉사라는 것이 봉사를 받는 것보다 봉사자가 더 큰 것을 얻는 것을 알기에 감사의 인사를 드린 것이다.

    내가 1박 2일 동안에 눈에 보이는 도움을 드리지는 못했지만 난 마을사람들에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과 용기를 주고 온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또한 난 살아가면서 느끼지 못할 뻔한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과 태풍 피해에 심각성을 몸소 체감하는 시간이었던 같다. 돈 1000원만 있으면 사먹을 수 있던 상추가 아니라 농민들의 땀과 노고에 먹을 수 있는 상추임을 알 수 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