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 간판으론 뭘 해도 안 되는 상황 아니냐”(열린당 핵심 의원 측근)
“(7․26 재보선) 결과라는 게 뻔한데, 무슨 힘이 나겠느냐”(당 원내 핵심 관계자)열린당 지도부가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위기 수습에 전력을 다하고는 있지만 당내 곳곳에선 자포자기 심정 일색이다. 이래저래 당이 활력을 잃고 지도부나 소속 의원 모두 ‘따로 국밥식’이다. 정계개편 등 한바탕 외풍이 불기 전까지는 뾰족한 수가 없어 보이는 모습이다. 은근히 외풍이 불어주기를 학수고대하는 눈치도 엿보인다.
지방선거 참패 직후 ‘이대로는 안 된다’며 당 내부에서 일던 위기의식은 두 달이 지난 현재 ‘아무 것도 달라진 게 없다’는 탄식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방선거 참패의 주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동산․세제 문제가 그렇고 최근에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등 모든 사안들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물적 측면에서도 당 재정 적자 폭도 커지면서 집권여당으로서의 모습조차 무색케 하고 있다.
노웅래 의원은 19일 오후 당 홈페이지에 올린 의원칼럼을 통해 5․31 지방선거 이후의 당 상황을 허심탄회하게 언급하면서 “이래저래 당은 활력을 잃어 보인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참패 직후 당을 무겁게 짓누르던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은 두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 달라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등의 탄식의 소리로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노 의원은 우선 북한 미사일 발사 문제를 언급하면서 “한미관계도 영 아니다. 서로 ‘별 문제없다’고 얼버무리지만 한미간 온도차가 보통 크게 있는 것이 아닌 듯 하다”고 했다. 그는 “다자간 수습의 골격에서도 우리는 아예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대놓고 물을 수도 없는 입장이 답답할 따름”이라고 한탄했다.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서도 "대통령이 밀어붙인다고 합의가 되겠느냐“면서 ”내부 반발로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이라고 했다. 노 의원은 또 ”말 많은 부동산·세제 문제도 ‘청와대 입장 따로’ ‘당 입장 따로’여서 해당부처는 청와대 눈치 보기 바쁘니, 분명한 입장정리 없이 시간만 이냥저냥 끌고 있다“는 불만도 토로했다. 대북, 부동산·세제 정책 등 모든 게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아울러 10%대의 저조한 정부·여당 지지율을 언급하면서 “상황은 여전히 ‘매우 심히’ 불리하다”며 “여론주도층도 호응이 없고, 정치지형도 나쁘다”고 하소연했다. 소속 의원들의 상황에 대해서도 그는 “의원들은 위기에 처한 당에 더 이상 상처를 줘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 반, ‘말해봐야 헛수고’라는 자괴감 반으로 드러내놓고 말하기를 삼가고 있는 듯 하다”고도 했다. “설령 기존 정책 방향과 기조대로 계속 밀고나간다 하더라도 객관적인 검증절차를 거쳐 확실하게 재점검한 후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면서 “더 이상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밀고갈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울컥해 하기도 했다.
심적인 ‘자괴감’과 함께 물적 측면에서도 열린당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매달 경상비에서만 3억원 이상의 적자를 내면서 지방선거 참패 이후 재정 적자폭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낮은 지지율 속에 부족한 재정 적자 부족분을 메꾸기도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후원금도 줄어들고, 소속 의원들이 매달 내는 50~100만원의 당비로는 부족분을 채우기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하소연들이다. 더불어 비용 절감을 위한 중앙당 구조조정 얘기도 흘러나오면서 당직자들의 불만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열린당은 이래저래 이중삼중의 어려움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