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일보 20일 사설 '이런 북한 지도층을 같은 동포라 할 수 있나'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북한이 19일 대한적십자사 총재에게 편지를 보내 이산가족 상봉, 8·15 화상 상봉, 금강산 면회소 건설을 모두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남측이 북남 사이에 상부상조 원칙에서 인도주의적 사업으로 진행해온 쌀과 비료 제공까지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북한은 그러면서 “(남측의 쌀·비료 제공 거부는) 최근 우리를 적대시하며 대북 제재 소동을 벌이고 있는 미국과 일본에 동족 사이의 인도주의적 사업을 팔아먹은 반민족적 행위”라고 비난했다. 무도하기가 이보다 더 할 수 없다. 백성을 굶기면서 마카오의 비자금 2400만달러를 찾겠다고 미사일을 발사해 북을 도와 왔던 남(南)까지 지구상의 외톨이로 만들어버리더니 이제 도리어 남쪽의 뺨을 때리고 나선 것이다.

    북한은 지난 12일 미사일 발사 소동 와중에 부산에서 열린 남북 장관급회담에 와서 느닷없이 “우리 선군정치가 남측의 안전도 도모해주고 남측의 광범위한 대중이 선군의 덕을 보고 있다”고 정치 선전을 펴더니 쌀 50만t과 경공업 자재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그랬다가 이튿날 우리측이 ‘6자회담에 들어올 때까지 쌀 지원을 유보한다’는 방침을 전하자 회담 도중에 “남측은 민족 앞에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협박을 내던지고 북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이 채 안 돼 이산가족 상봉 중단이라는 반민족적·반인도적 생떼를 쓰고 나선 것이다.

    남한의 쌀과 비료와 돈을 받아가는 것이 어떻게 ‘상부상조 원칙에 따른’ 것이며, 백성을 굶기면서도 군대에 쌀과 돈을 몰아넣는 ‘선군’이 어떻게 남한의 안보를 돕는다는 말인가. 말끝마다 ‘인도주의’를 앞세우면서 수십년 세월 피눈물을 흘려온 이산가족들의 조그만 희망을 서슴없이 짓밟는 것이 북한 지도부의 맨얼굴이다. 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사업 중단은 들먹이지 않는가. 돈 되는 사업은 계속하고 돈 안 되는 이산가족 상봉을 막겠다는 말을 어찌 사람의 얼굴을 하고 할 수 있는가.

    지금까지 북한은 걸핏하면 남한 정부에 대한 시위용으로 상봉행사를 중단시키거나 연기하곤 했다. 이런 북한을 위해 김대중 정부 이후 지난 9년간 남한이 쏟아부은 각종 지원이 금액으로 7조3000억원이나 된다. 그러고도 이러는 북한의 지도층을 과연 한민족 한동포라 할 수 있을까. 민족의 원과 한을 팔아 살면서도 어찌 말끝마다 민족을 내세운다는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