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킬레우스 씨가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아킬레우스 씨가 죽어라고 한 푼 두 푼 모아 ‘들창코 돼지갈비집’을 차리고 수리와 도배를 맡겼더니만 이들이 갑자기 파업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차피 수리와 도배를 하는 이들은 일용직 노동자들이니 아킬레우스 씨 입장에서는 그들을 보낸 회사에 계약을 취소해 버리면 되는 일이었지만 말싸움 하기 좋아하는 아킬레우스 씨는 일용직 노동자들과 입으로 한번 붙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논리적으로 제압해 그냥 도로 일을 시킬 생각이었던 게다.

    ‘이것 보쇼. 당신들 왠 파업이야? 날도 더운 데 대체 이게 뭐하는 짓이야!’

    아킬레우스 씨는 핏대를 올리기 시작했다. 일단 목청부터 키워놓고 보는 것이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길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사장님, 좀 더 배려해주십시오.’

    ‘뭐…뭐요?’

    ‘예. 저희 가난하게 사는 사람들입니다. 부유한 사장님이 좀 양보하십시오. 우리 같이 먹고 삽시다.’

    우둥퉁하게 살찐 노동자 대표가 약간 인상을 쓰며 말했다. 그런데 의외로 흥분하지 않고 조용조용 말하는 것이 영 만만치 않게 보인다. 하여간 이 작자들이 작당을 해가지고 아킬레우스 씨의 가게를 점거하고는 일을 하지 않고 있다.

    어이구, 날아가는 하루 매상이 얼마냐?

    아킬레우스 씨는 난데없이 돈을 더 달라고 깽판을 치며 가게를 점거하고 있는 이들이 짜증이 났다.

    들창코 돼지갈비집 업무 마비! 하루 매출 평균 최소 100만원 손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이 생각만 하면 아킬레우스 씨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이것 보시오. 난 이미 계약을 마쳤어. 당신들을 파견한 회사하고 계약을 했다고! 그럼 당연히 당신들을 돈을 더 받고 싶으면 당신들을 파견한 회사에 가서 항의를 해야지. 왜 나한테 와서 지랄이야!’

    화가 나니 말이 막 나왔다. 그런데 아킬레우스 씨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아킬레스의 발언을 모두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사실 우리는 파견회사하고 계속 협상을 벌여왔습니다. 그런데 파견회사가 바로 사장님 같은 돈 있는 분들 눈치를 보니까 말이 안 통하는 겁니다. 솔직히 말하면 사장님 같은 분들이 파견회사 같은 힘없는 하청회사를 통해 우리들을 관리하고 모든 책임도 파견회사에 전가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직접 사장님께 말씀 드리는 겁니다.’

    ‘이것보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의 가게에서 이게 뭐하는 짓들이야. 당장 공사가 지체되어서 생기는 손해만 해도 그렇고. 당신들이 가게를 점거하고는 데모질을 해대니 이 동네에서 내 체면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이런 씨발 내가 이렇게 장사 시작해가지고 이 동네에서 먹고 살겠소? 젠장. 이 동네에서 나만 돈 없는 인간들 등 쳐 먹는 놈처럼 되잖아?’

    ‘사장님, 그런데 듣자 듣자 하니까 왜 자꾸 막말을 하십니까? 우리 서로 좋게 지냅시다. 예!’

    노동자 대표란 작자가 이번에는 인상을 제대로 썼다.

    이…이…이 무식하고 버릇없는 자식이! 아킬레우스 씨는 가슴 속에서 불덩이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래도 아킬레우스 씨는 이성을 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아킬레우스 씨는 전형적인 노동자들의 수법을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사용자의 화를 돋구면서 감정싸움 상황으로 이끌어 간다. 그리고는 이른바 소위 지역 시민사회세력(시민단체 입네 하는 패거리들) 작자들이나 예전에 빨간 띠 두르고 팔뚝질 좀 한 것 같은 작자들을 끌어 들여 사용자를 개망신을 주고는 자기네들이 바라는 요구를 결국 관철시킨다.

    ‘사장님, 우리 원만하게 지내봅시다. 우리 같은 것들이 잘 살아야 부유한 사장님도 잘 사시는 것 아닙니까? 노동자들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해도 지역경제가 파탄나는 거 아닙니까? 우리 가방 끈 짧은 놈들이지만 그런 정도는 압니다.’

    아킬레우스 씨는 이제 아예 어이가 없었다.

    ‘사장님, 그래서 하루에 매출 손실 얼마나 보십니까? 한 100만원 보시지요? 그럼, 이익으로 치면 한 30만원 정도 손해겠네요. 그럼 한 5만원 더 쓰십시오. 저희같은 놈들에게 한 5만원 정도 쓰고 우리 워어어언마아아안하게 합의보십시다. 그게 서로 좋은 거 아니오. 그렇지 않은가?’

    이제는 노동자 대표란 놈이 씨익 아킬레우스를 비웃어 가며 말에 반말을 섞었다. 노동자 대표란 놈은 제가 이길 거라고 믿고 있는 듯 했다.

    ‘이 새끼들, 좋아. 법대로 하자.’

    아킬레우스 씨는 노동자 대표를 쏘아 보며 말했다.

    ‘나원참, 법이 뉘 집 개새끼 이름인줄 아는 모양이네. 이 양반아. 우리 서로 좋게 좋게 살자니까. 그 씨발 지랄같은 놈의 돈 뒤져서 관 모퉁이에 쑤셔 박고 가냐? 이 양반이 세상 물정을 모르는 구만!’

    ‘뭐야. 이 자식이?’

    ‘어이고. 사장님. 말 바로 하쇼. 내가 왜 당신 자식이야.’

    노동자 대표는 계속 아킬레우스 씨를 비웃고 있었다. 그러나 노동자 대표 곁에 서 있는 다른 일용직 노동자들은 아주 살벌한 표정으로 아킬레우스 씨를 노려보고 있었다.

    이런 씨발, 까딱하면 맞아 죽겠다.

    ‘좋아. 법대로 하자고.’

    아킬레우스 씨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마음대로 해보쇼, 겁 안 난다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노동자 대표란 작자가 가게가 떠나가라고 웃어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