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킬레우스 사장은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한편 죽기를 각오하고 아킬레우스와 경찰들을 밀어낸 노동자들이 이겨 노동자들은 가게 문을 걸어 잠가 버렸다. 그리고 난 뒤 얼마 안돼 4명의 경관이 나타났다.

    ‘무슨 일이야?’

    새로운 경관 가운데 한 사람이 물었다.

    ‘허참, 저 노동자들이 말야 노임을 올려달라고 생떼를 쓰다가 저렇게 가게를 점거하고 안 나오는 거야.’

    노동자들에게 멱살을 잡혀 밀려 나간 경찰 한 사람이 말했다.

    ‘아니, 그렇다고 이렇게 공권력을 우습게 알아서 되는 거야. 단단히 손 봐줘야 할 자식들이네.’

    경찰들은 이를 갈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욕을 할 수는 없었다. 경찰 한 사람이 확성기를 들고 말을 걸었다.

    ‘여러분들은 이미 경찰들에게 포위되었소. 좋게 끝내 줄테니 좋은 말할 때 문 열고 나오쇼.’

    지랄하고 자빠졌네. 미쳤냐 우리가 나가게.

    노동자들은 들은 척도 안 하고 가게 안에서 나올 궁리를 하지 않았다.

    ‘하, 저 새끼들 안 나오는데?’

    동네 주민들은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난 것을 알고는 너도 나도 몰려나와 희한한 대치 현장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또한 동네 주민들 가운데 몇몇 사람이 언론사에 전화를 걸었고 언론사에서도 이 괴상한 대치의 취재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노동자들은 오래 버틸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경찰이 가게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가게 문짝을 부수고 진입해야 하는데 하루 일당 몇 만원 더 주는거 아깝다고 지랄하는 아킬레우슨가 스텐레슨가 하는 놈이 가게 문짝을 부수고 밀고 들어올 것 같지도 않았다.

    가게에는 화장실도 딸려 있었고 노동자들이 한동안 먹으려고 사다 둔 식수와 먹을 것도 어느 정도 있었으므로 적어도 3일은 넉넉하게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더군다나 안에서 얼마든지 휴대전화를 통해 통신이 가능했으므로 외부 세력의 지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일을 크게 만들자.

    노동자들은 무슨 노련이니 무슨 연대니 하는 진보단체들에 잇달아 전화를 걸고 무슨 무슨 온갖 인터넷 신문들에 전화를 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아킬레우스 사장을 악덕 기업주로 맹렬하게 비난해대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아킬레우스 사장의 갈비집이 위치해 있는 지역 시청, 구청, 하다못해 동사무에 까지 전화를 걸어 욕설을 퍼부었다. 공무원 새끼가 나중에 와서 사장 놈에게 단단히 뜯어먹도록 만들 참이었다.


    아킬레우스 씨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돈 주고 부리던 일꾼들에게 두들겨 맞았고 가게에서 강제로 밀려났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다 와서 희한한 현장을 지켜보는 바람에 망신을 당할만큼 당했다. 또한 듣자니 지금 저 놈들이 무슨 노련이니 뭐니 하는 빨간 띠 두르고 지랄해대는 단체에 전화를 걸어 지들하고 비슷한 놈들을 떼로 불러 모은다고 한다.

    으가가.

    아킬레우스 씨는 그냥 돈 좀 뜯기고 말 것을 공연히 일을 키웠다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러나…이미 저질러 놓은 일을 후회해봐야 소용이 없었다.

    받은 것 이상으로 돌려주리라.

    아킬레우스 씨는 이를 북북 갈았다.

    ‘이보시오. 우리 대화로 풉시다.’

    노동자들은 경찰에게 휴대전화로 대화제의를 해왔다.

    ‘사장님, 노동자들이 대화를 하자고 제의해왔습니다.’

    경찰이 아킬레우스 씨에게 말했다.

    ‘이보시오. 대화는 무슨 놈의 대화요. 당장 들어가서 끌어내시오.’

    ‘문짝을 때려부수고 들어가야 합니다.’

    문짝을 때려부숴? 그럼 저 놈들하고 난투극을 벌이겠다는 거 아니냐.

    아킬레우스 씨의 눈에 다 박살나는 가게가 훤히 눈에 들어왔다. 지금까지 공사해 놓는 것이 다 박살날 수도 있었다.

    ‘좋…좋습니다. 대화로 풉시다.’

    빌어먹을 노동자 놈들에게 햇볕정책(?)을 시행하는 것이 미칠 노릇이었으나 가게가 박살날 것을 생각하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일단 끌어내놓고 보자.

    그래서 아킬레우스 사장과 경찰 두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가 노동자들과 다시 대화를 하기로 했다.


    아킬레우스 사장과 경찰 두 명이 가게로 들어갈 무렵, 몇몇 온라인 신문사기자들은 이 웃기는 사태를 취재하기 위해 달려오고 있었다.


    ‘자, 사장님. 이제 서로 좋게 해결해봅시다.’

    노동자 대표란 놈이 능글맞게 웃으면서 말을 걸었다. 노동자 대표 뒤에 서 있는 놈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각목을 하나씩 갖고 있었다. 여차하면 두들겨 패 버릴 기세였다.

    이 새끼들, 숫제 조폭이 따로 없구나.

    아킬레우스 씨는 속으로 욕을 했다.

    ‘자, 그럼 우리 요구 조건은 간단합니다. 첫째, 그동안 일 못했으니 그 일당 보상하시고, 둘째 우리 주장대로 일당 올려주시고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물론 협상은 지금처럼 우리가 직접 사장님과 계속 하겠소. 그리고 셋째, 경찰 고발한 거 다 취하하시오.’

    ‘당장 꺼지쇼.’

    아킬레우스 씨는 짧게 내뱉었다.

    ‘이 양반 말이 안 통하는 구만. 좋아. 우리 계속 여기 있을테니 마음대로 해보쇼.’

    노동자 대표라는 작자가 말을 끝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지를 훌렁 벗었다.

    ‘자, 마음대로 해보쇼.’

    ‘자, 말로 합시다. 말로 빨리 끝내자구요. 서로 좋게 합시다.’

    경찰 한 사람이 나서서 험악한 분위기를 진정시켰다.

    ‘좋아. 일을 계속 할 수 있게 해주겠소. 하지만 일 못했다고 일당 보상해달라는 것은 해줄 수 없소. 일당도 못 올려줘.’

    ‘말이 안 통하는 구만.’

    노동자 대표는 아예 신문지 깐 바닥에 바지를 벗은 채 누워 버렸다.

    ‘이것 보쇼. 지금 당신들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거야. 감옥 갈 일이라고. 남의 사유재산에 피해를 줘도 정도 껏이어야지.’

    경찰 한 사람이 참다 못해 말했다.

    ‘불법? 허! 아니 그 잘난 새끼들 안 지키는 법을 우리가 왜 지켜야 하냐? 재벌새끼들, 정치인 자식들, 그 잘나 빠진 자식들도 개똥같이 아는 그 잘난 법을 우리가 왜 지켜? 세금 떼먹고 자빠져도 못 잡는 짭새 새끼들이 왜 우리 같은 좆만한 새끼들한테는 왜 지랄이냐고?’

    노동자 한 사람이 말을 받아쳤다. 분위기는 다시 험악해졌다.

    ‘이런 식으로 가면 너희들 정말 뒤진다.’

    경찰 한 사람이 거친 말을 내뱉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