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씨이발, 그래. 까봐. 까봐.’

    다른 노동자가 아쉬울 것 없다는 듯 경찰을 비웃었다.

    ‘자, 마지막 경고요. 지금 당신들은 선량한 시민에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주고 있소이다. 그리고 우리 경찰도 무시하고 있으니 이대로 가면 우리가 당신들을 손 볼 수 밖에 없소.’

    ‘아니, 이보세요. 경찰 양반. 하루 식당 안 굴러간다고 저 사장네 집이 망해 없어지기라도 한답디까. 거 왜 그러슈? 저 양반이 그래서 세금 몇 푼 안 내면 이 나라 경제성장률이 뒷걸음질이라도 친답디까? 경찰도 그렇고, 정부도 그렇고 왜 가진 놈만 편드는 거요? 경찰도 정부도 모두 강남경찰이고 강남정부요?’

    ‘이보시오. 왜 엉뚱한 소리를 합니까? 여러분들이 지금 선량한 시민하고 우리 경찰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니까. 그러니까 나가서 이야기를 하라는 거요. 남의 사유재산에 피해주지 말고.’

    ‘피해를 준다? 이보시오. 우리도 우리 권리가 있소. 우리는 우리 권리를 찾아 먹어야 겠소이다. 맨날 걸핏하면 불법, 불법하는데 그럼 정당하게 우리 권리를 찾아먹을 방법을 만들어 주시오.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도록 하게 만들란 말이오. 아니 그리고 정상적으로 가게 운영하면 모두 이익이 발생하고 가게 운영 못하면 고스란히 전액손실이 되는 거요? 나중에 가게 할 적에 며칠 24시간 운영이라도 해서 수지타산을 맞추면 될 거 아냐?’

    ‘그리고, 이것 보쇼. 지금 여기 사장님이 이 지역사회에서 얼마나 망신을 당하고 있는지 좀 보란 말이오. 서로 좋게 살아야 되는데 왜 남을 이 망신을 주는 거요?’

    ‘마아아아앙시이이인? 아니 이보시오. 저기 구라파의 어느 나라에서는 뻑하면 파업을 한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거기는 우리 못지 않게 선진국이야. 그렇게 치면 그 동네 기업주들은 다 병신됐게?’

    ‘자, 돌려 말할 게 없소. 이 사회는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요. 평등보다 자유가 더 중시되는 사회야. 그리고 세상이 사용자-노동자 관계로 단순하게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당장 주식회사를 생각해보시오.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소? 주주들도 그렇고, 하청업체 임직원들도 그렇고, 수많은 국민들도 이해관계가 있어요. 그러니까 정부에서 하는 수 없이 파업에 제한을 가하고 있는 거요. 당신들 이해관계만 주장하고 살 수는 없는 거 아니오. 당신들 이해관계를 극대화하고 싶으면 사회주의 사회를 만들어요. 사회주의 정당에 표를 던지고 그 정당이 정권을 잡도록 하란 말이오.’

    ‘아이고. 난 가방끈이 짧아 뭔 말인지 모르겠소.’

    ‘자, 그리고 외국의 어느 나라를 예로 들었는데 아마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를 예로 들었는지 모르겠소. 그 나라는 그 나라고, 이 나라는 이 나라요. 우리는 누구나 법을 따라 살아야 하오. 물론 법을 위반하는 가진 자들도 있지만 말이오. 그런데 그 법이 파업의 한계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소. 그 법은 국회에서 만들어 진 것이고. 그 국회는 국민의 대표가 만든거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지금 그 법을 무시하고 있소. 이는 곧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는 거요. 또 프랑스나 독일 같은 나라는 말이오. 우리하고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선진국이오. 또 우리같은 제조업보다는 오히려 서비스업에 더 크게 의존하고 있소. 그리고 진보정당의 역사가 오래 되었고 진보세력의 목청이 크니 파업에 대해 관대한 모양이오. 하지만 우리는 다른 것이오. 로마법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는 것이니 당신들도 한국에서 사니 한국 법을 따르시오.’

    경찰 한 사람이 나름대로 자신의 생각을 밝혔으나 노동자들은 귀담아 듣는 눈치가 아니었다. 애초에 노동자들의 목적은 돈을 울궈내는 것이 목적이었으니만큼 들을 가치도 없는 일이었다.

    ‘아이, 필요없소. 돈 내놓든지, 아니면 당장 나가쇼.’

    노동자 대표는 얼굴을 찌푸리며 돌아 누워 버렸다. 노동자 대표 뒤의 노동자들은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이것 보쇼. 이런 식으로 나오면 정말 감옥 간다니까?’

    경찰 한 사람이 큰 소리로 말했다.

    ‘아, 넣을테면 넣어봐. 이 씨발 놈들아. 강남 새끼, 가진 새끼들 개 노릇이나 하는 씨발 놈이 뭔 지랄이야. 아가리를 삽 자루로 쑤셔 불라!’

    노동자 한 사람이 욕을 했지만 경찰은 역시 경찰이었다. 노동자의 욕설에 끄덕없이 경찰은 계속 큰 소리로 말했다.

    ‘야, 임마! 왜 우리가 강남 새끼, 가진 새끼들 개라는 거야. 이 좆같은 새끼야!’

    ‘너희 개새끼들은 강남 새끼, 가진 새끼들 편만 들잖아. 우리 같은 놈들은 눈꼽만큼이라도 신경 안 쓰잖아!’

    ‘야, 이 미친 놈아. 우리한테 국민이 봉급주지 강남 주민들이 봉급주냐? 이 돌은 놈의 새끼야.’

    ‘니들은 가진 놈만 편들잖아!’

    ‘뭐? 우리가 뭘 어떻게 했는데 이 씨발 놈아!’

    경찰이 소리를 지르자 오히려 노동자가 경찰의 기세에 밀렸다.

    ‘저 사장 놈 새끼 편드는 게 그 증거다. 이 병신 새끼야!’

    아킬레우스 씨의 얼굴이 분노로 벌개졌다.

    ‘저 사장새끼도 가진 놈, 힘 있는 놈한테는 발발 기고 우리 같은 좆 밖에 없는 새끼한테는 고개 쳐들고 욕지랄하는 새끼야. 야이 씨발 놈아. 너는 별로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우리 같은 서민들한테는 큰 소리치고 경제신문인가 하는 찌라시만 사다 보면서 재벌 똘마니 사설쓰고 자빠졌지? 이 병신 같은 놈의 새끼야. 그래. 가진 놈 좆 실컷 빨아주면서 잘 먹고 잘 살아라. 이 병신 같은 놈의 새끼야. 너 선거할 때도 큰나라 당인지 큰좆당인지 하는 당 찍지? 그 새끼들이 차떼기 한 돈으로 니네 갈비집에 와서 매상 올려주면 좋겠지? 자알 먹고 자아아알 살아라아아아!’

    ‘이 새끼, 아가리 닥쳐!’

    아킬레우스 씨는 화가 머리 끝까지 났다.

    ‘야 이 씨발 놈아. 내가 가진 놈 좆 빨아주는지 후장을 빨아주는지 니가 봤냐? 이 개새끼야. 그리고 씨발 놈아. 누가 차떼기 당 찍어? 나 그 당 안 찍어. 나 여당 지지자야. 알아?’

    ‘오, 그래 그런데 개혁한다는 새끼가 못 가진 자들에게 이게 무슨 행패냐? 돈 몇 푼 주기 싫어 지랄을 하고.’

    ‘야, 임마. 나는 약속된 대로 돈 지불하고 니네 데려다 쓰면 됐지. 너희들 깽판치고 돈 뜯어내는 것에 당해야 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