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것 보쇼. 누가 돈을 뜯어낸다는 거야? 우리가 무슨 깡패냐? 빨갱이야?’

    노동자 대표가 아킬레우스 사장에게 덤벼들었다.

    ‘너희 새끼들은 빨갱이만도 못한 새끼들이다. 돈 몇 푼 올려달라고 깽판을 놓다가 그 다음에는 야금야금 더 뜯어먹을 속셈 아니냐? 뭐? 하루 매상 못 올리면 100만원씩 손해나니 돈 5만원만 내놓고 나가 떨어지라고? 이 좆같은 새끼들!’

    ‘야, 이 씨발놈아. 니 아가리 속에 들어가는 그 지랄같은 놈의 돈, 좀 나눠먹고 살자는 데 무슨 잔 말이 그리 많냐? 새끼야. 세상 너 혼자 사냐. 우리도 좀 같이 살자고 이 씨발놈아.’

    노동자 대표가 마구 욕설을 내뱉었다.

    ‘야. 씨발 놈아. 그리고 말야. 정부에서 세금 안 걷어 우리 같은 개털들한테 안 주니 우리가 이렇게 직접 나서서 수금하는 거야. 정부라면 마땅히 말야 너희 같이 밥술 깨나 뜨는 놈들한테 세금 왕창 받아다 공무원 왕창 뽑아 실업해소하고 우리 같은 개털들한테 돈 퍼줘야 당연한 거 아냐? 그런데 씨발 너희같은 개새끼들이 탈세나 해 처먹고 지랄을 해대니 우리 같은 개털들이 이렇게 나선 거 아니냐. 야, 야 너는 얼마 해먹었어. 갱제 찌라시보면서 그렇게 해 처먹은 돈 어디다 굴릴까 궁리하느라 좆에 달린 털도 허옇게 세겠다.’

    ‘뭐야. 이 씨발 놈아. 이 새끼, 내가 이 돈 훔쳐 벌었냐? 너희들 술 처먹고 지랄할 때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서 번 돈이다. 이 씨발 놈아. 그런데 너희새끼들이 뭔데 남의 돈을 갖다 처먹을려고 하냐? 내가 남을 위해 사냐? 나를 위해 살지? 무슨 정부 작자들이 왜 남의 돈을 함부로 갖다 처먹냐? 내가 대한민국을 위해 사냐. 대한민국이 나를 위해 있는 거냐? 내가 씨발 너희같은 자식들을 위해 내가 힘들게 번 돈을 왜 내놔야 하는 거냐? 세금 왕창 뜯어다 갖다 퍼줘서 잘될 것 같으면 사회주의 나라들이 왜 폭삭 망했냐? 이 무식한 놈들아! 세법이 엉망이라 탈세가 빈번하면 법을 잘 만들면 될 거 아냐. 그게 나하고 무슨 상관이야. 법은 헐렁하게 만들고 잡는 놈은 기분 내키는대로 좆 꼴리는대로 잡으니 씨발 문제 아냐. 이 개새끼들아. ’

    아킬레우스 사장은 같이 싸우기 시작했다.

    ‘좋아. 그래 당신은 발바닥에 땀 나도록 뛰어서 번 돈으로 가게 차렸다고 치자고. 그런데 씨발 강남 새끼들은 말야. 집 구석에서 빈둥거리면서 부동산 가격 오를 때마다 일년에 수억씩 그냥 번다지? 이런 좆밖에 없는 새끼들은 평생 벌어도 못 모을 돈을 말야. 그래서 이런 빌어먹을 놈의 세상 확 다 뒤집어 버려야 한단 말야. 강남 가진 놈들 사는 타워 뭔지 하는 곳에서 불 확 싸잘러 버리고 싶단 말야.’

    ‘나원참, 이보시오!’

    경찰 한 사람이 다시 말을 시작했다.

    ‘강남 주민들이 그 돈 다 훔쳐서 벌었소?’

    ‘이런 씨이이바아알, 그럼 그 새끼들이 정직하게 일해서 벌었어? 부동산 투기 해먹고 온갖 지랄 다해서 번 거 아냐?’

    ‘그런데 그걸 이제 와서 어쩌라는 거요? 세상이 그렇게 되어 있었던 걸. 사람은 누구나 자기 편한대로 사는 거 아니오. 지금 세상이 좋게 변하고 있지 않소. 왜 법이 허술했던 것은 탓하지 않고 사람만 탓하는 거요. 그리고 이제 와서 뭘 어쩌라는거요? 가진 자들에게 돈이라도 도로 걷어서 내놓게 해야 직성이 풀리겠소? 사회주의 사회로 바꾸라는 거요?’

    ‘몰라, 몰라. 하여간 난 가진 놈이 싫어. 강남 새끼들이 싫어. 이런 빌어먹을 놈의 세상 다 뒤집어 버려야 돼!’

    노동자 대표는 짜증을 내고서는 도로 벌렁 누워 버렸다. 아킬레우스 사장과 두 명의 경찰은 아무 소득도 올리지 못하고 가게를 나왔다.


    아킬레우스 사장이 가게 밖으로 나오자 기자 몇 명이 아킬레우스 사장을 에워쌌다.

    ‘사장님, 어떻게 된 겁니까? 노동자들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습니까?’

    ‘사장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실질적 고용주가 사장님이라고 주장하는 데요?’

    아킬레우스 사장은 기운이 없어 기자들을 뿌리치고 승용차를 타고 현장을 떠나 버렸다.


    ‘경찰 여러분, 제가 해결해 보겠습니다.’

    경찰과 노동자들이 대치하고 있는 현장에 미국인 선교사 한 명이 나타났다.

    ‘세상 일은 사랑과 대화로 풀어야 합니다. 제가 그 직분을 다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됩니다. 돌아가 보십시오. 이제 조만간 경찰들이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끌어낼 겁니다.’

    ‘아닙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아들들입니다. 대화로 풀 수 있습니다.’

    미국인 선교사 제프 헐버트 씨는 터벅터벅 노동자들이 있는 가게 앞으로 걸어갔다. 가게 창문으로 지켜보던 노동자 대표는 무슨 말을 하려는지 궁금해서 가게 안으로 헐버트 씨를 들어오게 했다.

    ‘무슨 일이오. 미국 양반?’

    ‘대화로 풉시다. 일단 가게 밖으로 나오시오.’

    ‘웃기지 마쇼.’

    ‘주님은 대화와 평화를 사랑합니다.’

    ‘웃기지 마쇼.’

    ‘서로 사랑하고 살아야 합니다.’

    ‘댁의 나라 대통령한테나 가서 그런 말은 하쇼.’

    ‘이라크 전쟁은 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희생당한 주님의 아들들에게는 진심으로 애도의 뜻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