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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2일 한나라당이 7․11 전당대회 이후 급속한 내분 양상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며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겉으로는 ‘남의 당 얘기’라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하고는 있지만 5․31 지방선거 이후 정국의 유동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불거져 나왔다는 점에서 일단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한나라당의 내분 조짐은 정치권의 정계개편 논의 필요성 대두와 함께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정국 흐름에 상당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판단이 우선 작용한 모양새다. 특히 열린당은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별다른 정국 반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던 상황이었던 만큼, 한나라당 내분의 진원지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 갈등 비화 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모습이다. 이들의 갈등이 한나라당의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공산이 다분한 만큼, 내년 대선가도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해 예상치 못한 뜻밖의 결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다.
실제로 열린당 일부 의원들은 한나라당 분당을 전제한 ‘야당발(發)’ 정계개편 여부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당내 대표적인 전략기획통으로 꼽히는 한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이번 한나라당의 전대는 급격히 보수화되는 경향을 보여줬다”면서 “이 시장의 향후 스탠스에 따라, 한나라당의 내일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 전 시장이 전당대회 결과와 사회적 보수화 분위기와 맞물려 ‘정통보수로 가느냐, 중도보수로 가느냐’의 갈림길에서 향후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가 중요하다”면서 사실상 이 전 시장의 움직임에 따라서는 한나라당의 분당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를 모멘텀으로 한 자연스런 정계개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박 전 대표에 대해서는 “짧은 싸움은 이겼지만 긴 싸움에서 이길지는 불투명하다”면서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박 전 대표는 자신의 이미지를 보수로 규정, 보수화로 자신을 가둬버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이미 보수화로 자신을 가둬버린 만큼 향후 한나라당 운명의 열쇠는 이 전 시장이 쥐고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그는 그러나 “정계개편 논의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예단하기는 아직 그렇다”면서 “좀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어떤 구도가 열린당에 유리할지에 대해서도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했다. 다분히 이번 한나라당의 내분 조짐이 열린당에 유리한 정치구도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판단을 내비쳤다.
또 다른 한 초선 의원도 통화에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앞으로 여러 변수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변수의 추이에 따라서는 정계개편의 급격한 동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열린당에서도 7․26 재보선 결과에 따라서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 “그런 움직임과 한나라당의 상황이 맞물리면 정치권에 다른 상황이 올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여당발’ 정계개편이 될지 ‘야당발’ 정계개편이 될지에 대해서는 (예단하기에) 성급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7․26 재보선 결과에 따른 열린당 내부의 동력과 한나라당의 내분 양상이 맞물려 정치권에 급속한 기류 변화가 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또 다른 일각에서는 권영세 의원의 지도부 입성 실패로 초래된 한나라당 내 소장파의 급속한 퇴행을 언급하면서, 자칫 이들이 당내 내분 조짐을 부채질 하는 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참신하고 젊다는 이미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들이 느꼈을 것”이라면서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이번 전대를 놓고 고민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행보가 어떨지 관심이 간다”고 덧붙였다.
한나라당의 이번 내분 양상을 지켜보는 열린당 내 전체적 분위기는 ‘아직은 좀더 지켜보자’는 모습을 내보이면서 성급한 예단을 경계하는 모습이지만, 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패배의식’에 젖어 있던 당내 분위기에 모쪼록 ‘기대감’을 심어줬다는 점에서 향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양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