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권의 꿈을 접고 한나라당의 2007년 대선 승리의 견인차가 되겠다며 당권에 도전한 5선의 강재섭 의원이 결국 한나라당을 대표하는 새 얼굴이 됐다. 11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에 선출된 강 신임 대표는 당선 인사를 통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고 희생해 정권 창출로 보답하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강 대표는 “기회주의적 처신을 버리고 자유주의를 지키는 정당을 만들겠다”며 “한나라당이 50석도 못 건진다고 할 때 당을 맡아 천막당사 시절부터 2년 4개월간 당을 지키고 발전시킨 박근혜 전 대표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낸다”고 인사했다.

    강 대표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박풍(朴風)과 강풍(姜風)이 합쳐진 결과라고 생각한다”며 박근혜 전 대표의 영향이 어느 정도 있었음을 부인하지 못했다. 그는 당 대표 경선 과정에서 강력한 경쟁자였던 이재오 의원에 대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측면지원을 받고 있다고 공격하며 ‘박심(朴心)’을 내세웠었다.

    그러나 강 대표는 경선 후유증을 우려한 듯 “나는 원래 심판형 공정관리형으로 당 대표를 하겠다고 했는데 정치는 현실이다 보니 나중에 변질이 된 것 같다”며 “제 성격이 통합적이고 살아온 게 화합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앙금이나 후유증도 잘 봉합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어 “저도 대권 주자의 한 사람이었기에 특정주자와 긴밀하게 밀착한 적은 없다”며 “전대를 하면 다소의 후유증은 남는다. 구의원 공천에도 갈등이 있는데 별 큰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을 죽이고 욕먹고 희생하더라고 그 분들(당 대권주자)을 잘 모시겠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는 영남과 호남은 두 다리, 충청·강원도는 허리, 서울·경기·인천은 심장으로 표현하며 전국의 고른 발전을 통해 정권 창출의 튼튼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한나라당에 있어 영남과 호남은 몸을 받쳐 주는 두 다리다. 영남 쪽의 다리만 튼튼해서는 걸을 수 없다”며 “호남 쪽의 다리도 튼튼하게 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한나라당의 허리인 충청도와 강원도도 반드시 강하게 만들겠다”며 “심장이 뛰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듯이 모든 눈높이를 수도권에 맞춰 반드시 정권을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나라당의 외연 확대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부패한 세력, 친북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에게 우리의 영토를 넓히겠다”며 “한나라당의 새로운 지도부는 땅을 넓히는 광개토대왕 지도부가 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전히 대여 관계의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는 사립학교법 재개정 문제와 관련, 강 대표는 “기본적으로 민생과 관계된 문제는 연계하지 않고 철저히 국민 편의와 복지를 위해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면서도 “사학법은 작년 연말에 날치기 통과된 법인만큼 재개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부분적으로 위헌 판정을 받은 신문법에 대해서도 개정안을 내겠다고 말했다.

    이재오 “특정 후보 대리인 돼 당 쪼개려 한다면 온몸으로 막겠다” 

    463표차로 최고위원 등극에 만족해야 한 이재오 의원은 “지지해준 대의원 동지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한나라당이 새로 태어나서 대선 승리를 하는데 앞장설 것이며 온 몸을 바쳐 부패 정치를 청산하겠다”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당 대표 경선 과정 내내 정체성과 ‘이명박계’라는 집중 공격을 받았던 것에 대해 ‘분풀이’라도 하듯이 “더 이상 색깔론이나 대리전 등 한나라당의 구태정치를 온몸을 바쳐 청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박심(朴心)’을 내세웠던 강 신임 대표를 겨냥한 듯 “만일 이 한나라당이 새로 태어나지 못하고 내부의 분열을 조장하고 특정 후보의 대리인이 돼 당을 쪼개려고 한다면 온 몸으로 막겠다”며 “부패 세력과 싸워서 새로운 당을 건설하겠다”고도 했다. 

    마지막 ‘7분 연설’ 때만큼이나 큰 목소리였지만 힘은 빠져 보였다. 또한 다른 3명의 최고위원 당선자들이 전당대회장에 마련된 기자실을 찾아 당선 소감을 밝히며 기쁨을 나눴지만 이 최고위원만은 보이지 않았다. 

    충청권 대표 후보로 재기에 성공한 강창희 최고위원은 “그동안 원외에서 느꼈던 점들을 반영해 한나라당의 지지 않는 역사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으며 ‘여전사’의 저력을 보여준 전여옥 최고위원은 “초선에 비례대표이며 여성인 저에게 한 표를 주신 것은 한나라당의 진정한 변화를 말해주는 것이다. 모든 것을 대선 승리를 위해 던지겠다”고 인사했다.

    가장 늦게 당 대표에 도전했지만 중앙위원회 조직의 힘을 보여주며 5위로 당선된 정형근 최고위원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았던 만큼 우리가 왜 선거에서 패배했는지 나름대로 반성하고 분석했다”며 “그동안의 경험과 드라마 같이 살아온 정치여정 10년을 모두 한나라당 대선 승리에 바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