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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도 없지만 굳이 카드를 꺼내 들 필요가 있겠느냐”
7·26 재보선 준비 상황을 물은 데 대한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의 말이다. 패배가 불 보듯 뻔한 상황에서 7·26 재보선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것이다. ‘재보선 의미 축소’에 그야말로 당 전체가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3일 마감된 7·26 재보선 열린당 공천신청 결과에서는 이런 당 사정이 잘 투영돼 있다. 서울 성북을·송파갑, 경기 부천·소사, 경남 마산 등 총 4개의 재보선 지역구 가운데 성북을과 송파갑에는 공천 신청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집권 여당으로서 후보를 내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인 만큼 공천심사위원장인 김부겸 의원이 백방으로 뛰어다니고는 있지만 여의치 않은 모습이다. 10%대의 낮은 당 지지율이 대변하듯 ‘뭘 하려해도 안 된다’는 자조섞인 당내 분위기다.
김 의원은 서울 지역 공천 문제와 관련, “다양한 접촉을 하고 있으며 빠른 시일 내에 결정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지만 당내에서는 현재 김 의원과 접촉하고 있는 인물들도 눈에 띌 만한 거물급 인사는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한 관계자는 “맞선 상대가 못생긴 여자라는 것을 뻔히 아는데 누가 새 양복을 입고 나가겠느냐. 내일 당장이라도 예쁜 여자랑 맞선이 잡힐 줄도 모르는데…”라면서 인물난을 겪고 있는 이유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열린당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데 ‘뭐가 좋다고 일부러 고생을 사서 하겠느냐’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인물난도 인물난이지만, 5·31 선거에서도 봤듯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굳이 그 후보자까지 망칠일이 있느냐”면서 “지금은 열린당의 자산을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결과가 뻔한 7·26 재보선에 ‘굳이 카드를 꺼내 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후보자를 내긴 내겠지만 재보선 의미 축소에 주안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여권을 중심으로 그간 7·26 재보선 출마설이 나돌았던 정동영 전 의장은 3일 보궐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식 발표했다. 한편 열린당은 경기 부천·소사 후보로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결정했으며 경남 마산갑은 공천을 신청한 김성진 전 청와대 행정관과 김익권 전 마산시의회 의원을 놓고 2~3일내에 결정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