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일 수원시 인계동 ‘경기도 문화의 전당’에서 퇴임식을 가진 손학규 경기도지사(59)는 퇴임식 직후, 도청으로 황급히 발길을 옮겼다. 곳곳에 자신의 손때가 묻어 있는 도청과 4년간 고락을 함께 해왔던 직원들이 퇴임식에서부터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손 지사는 서두르기 시작했다. 도청에 도착한 손 지사는 김문수 당선자에게 도정 업무를 인수인계하고 직원들부터 찾았다. 직원 한명도 빼놓지 않고 일일이 악수를 청했다. 악수를 청하는 손 지사의 눈은 약간 충혈돼 있었으며 연신 “고맙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직원들의 눈가엔 어느새 잔잔한 눈물이 흘렀다.
떠나보내는 직원들과 떠나는 손 지사 모두 아쉬움에 한참을 망설였다. 직원들은 그간 손 지사와 함께 했던 기억들을 가까스로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한 직원은 “업무를 끝까지 마무리한 유일한 사람인데…”라며 말을 잊지 못했다. 이인제 임창렬씨 등 역대 민선 경기도지사들이 대선출마나 불미스러운 일로 인해 도중하차했었다. 직원들은 손 지사를 임기를 끝까지 완수한 ‘경기도지사 1호’로 가슴에 새겼다.한참을 머뭇거리던 손 지사는 이내 발걸음을 재촉하는 수행원들의 요구에 마지못해 응했다. 난방셔츠에 면바지, 간편한 평상복 차림에 가벼운 배낭을 짐어진 손 지사는 먼발치에서 눈물 한 가득 고인 눈으로 자신을 지켜보는 직원들을 뒤로 하고 수원역으로 향했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는 손 지사의 본격적인 ‘100일 민생대장정’의 첫발이 내디뎌지는 순간이었다.
도청에서 수원역까지 1㎞가량을 걸어가던 손 지사는 도민들로부터 “고생하셨다” “앞으로 큰 일을 하라”는 등의 환영을 받으며 오후 4시30분발 전남 장성행 호남선 열차에 올랐다. 손 지사는 자신의 작은 배낭에 담길 첫 민심으로 호남을 택한 것이다. 일반석 한켠에 자리잡은 손 지사는 호남을 향해 달리는 차창 너머의 풍경을 한없이 주시했다. 4년여간의 경기도정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표정이기도 했으며 배낭에 담아와야될 민심에 대해서도 고민하는 모습이었다. 저녁 7시35분경 도착한 장성에서 손 지사는 손수 지갑을 열고 표를 사 황룡면 마을회관으로 들어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장성군 황룡면은 손 지사에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호남지역 폭설피해때 손 지사는 황룡면을 찾아 손수 피해복구 작업에도 나선 바 있었다. 손 지사가 도착하자 마을 주민들은 복구작업 당시 작업복 차림의 손 지사를 기억했다. 주민들은 손 지사의 손을 만지면서 부등켜 안기도 했다. 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의 환대를 받으며 잠자리를 위해 이장집으로 향한 손 지사는 그렇게 ‘100일 민생대장정’의 하루를 마감했다.
낯선 잠자리 탓에 피곤할 만도 하지만 자정을 넘기는 순간 이젠 '전(前) 지사'가 된 그는 1일 아침 일찍부터 목에 수건을 두르고 주민들의 농사일 돕기에 나섰다. 설해로 망가진 농작물의 뒷수습이 우선이었다. 이어서는 작년 폭설 피해 때 손수 복구작업을 해준 한 농가의 방울토마토 농장을 찾았다. 직접 상자에 방울토마토를 담으면서 가격을 묻기도 하고 제값을 받고 팔지 못하는 농민들의 하소연도 경청했다.
손 전 지사는 이어 오후에는 인근의 학사농장을 찾았다. 희망찬 한국 농업의 미래를 꿈꾸며 농업연구와 농촌문화사업 등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학사농장을 방문,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개방화에 따른 농민들의 피해와 걱정거리를 직접 느껴보자는 취지다. 과연 대안이 뭔지, 국제화 개방화 시대의 농촌의 생존움직임이 뭔지 직접 배낭에 담아오자는 것이다.
손 전 지사는 황룡면에서 2박3일간의 일정을 마친 뒤에는 전남 해남군을 찾아 농촌봉사활동을 계속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