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린우리당은 30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근태 의장 등 당 지도부의 청와대 만찬간담회 결과에 대해 일단은 악화일로로 치닫던 당·청관계의 봉합의지를 보였다는 점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탈당은 절대 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 발언과 열린당 주도의 정계개편 언급 부분에 대해서는 심드렁한 반응을 내보였다.

    노 대통령은 전날 만찬에서 “탈당은 절대 하지 않겠다. 당을 지키겠다”고 말했으며, 여권 안팎의 정계개편 논의에 대해서도 “우리가 큰 기선을 타고 있는데 선장을 구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돛단배 탄 사람이 근사해 보인다고 그리로 건너갈 수 없는 것 아니냐”면서 정계개편을 하더라도 고건 전 국무총리 등 지지도가 높은 후보쪽이 아니라 열린당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것으로 보도됐다.

    이와 관련, 수도권의 열린당 소속 한 재선 의원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가능한 한 그렇게 됐으면 나도 편하고 당도 편할 텐데…”라며 쓴웃음을 내보이면서 못마땅하다는 기색을 여과없이 내보였다. 이 의원은 “5·31 지방선거 패배 원인을 놓고 의원총회 등에서도 많은 말들이 나오지 않았었느냐”면서 “그 때 나온 결론이 ‘우리 힘으로는 안 된다’는 것 아니었느냐. 그런데 무슨 열린당 주도로 정계개편이냐”고 노 대통령의 발언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보였다.

    그는 “지금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대통령의 말로 어떤 모멘텀이 생겨야 하는데, 그게 가능하겠느냐. 국민에게 설득이 이뤄질까 의문”이라면서 사실상 열린당 주도의 정계개편 불가능성과 노 대통령 탈당을 전제로 한 정계개편 논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정계개편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아울러 남부지역의 한 의원도 “이미 지방선거를 통해 열린당은 사망선고를 받은 상황이다. 이제는 당의 발전적 해체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면서 “7월달 재보선이 고비다. 그 결과를 가지고 여러 가지 변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7월 재보선 결과 여하에 따라서는 이번 청와대 만찬에서 언급한 노 대통령의 의중과 다르게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는 반응이다. 지금 상황에서 열린당 주도의 정계개편 등은 희망사항이며 7월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노 대통령의 탈당이 이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러나 원칙론적인 입장에서 노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 발언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기존의 (대선)후보들 외에 보다 폭발적인 지지를 얻을 수 있는 후보 2~3명 정도를 더 적극적으로 키워야 한다"면서 이런 측면에서는 정계개편을 하더라도 열린당 주도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그는 여권 내 '2~3명의 인물'에 대해서는 “7월 재보선 이후 내가 해야 할 역할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그렇다”면서 구체적인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 7월 재보선 결과에 따라서 자칫 당내 구심력이 크게 흔들릴 것이란 전망으로 풀이된다.

    한편, 29일 ‘정계개편의 바람직한 방향 모색’이란 주제로 민주당이 국회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서는 정계개편의 전제로 노 대통령 탈당을 공통적인 전망으로 제시했다. 당시 한 토론자는 “노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태에서 그가 리더로 있는 열린당과의 정계개편 논의는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라면서 노 대통령 탈당이 정계개편 논의의 전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향후 열린당의 행보를 묻는 29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도 국민의 72.8%가 “현재 틀로는 안되니 새로운 틀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현재틀 유지 속에 자기혁신을 하라”는 대답은 20.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