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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호들갑! 이미 예견하지들 않았느냐”
노무현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와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사상 최악의 수준인 14.1%, 12.0%라는 한국사회여론연구소(한사연) 여론조사 결과가 29일 나온 직후의 당내 한 관계자의 말이다. 놀랄 일들은 지금부터 시작이지, 이것가지고 놀랄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5·31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위기 수습 의지에도 불구하고 열린당은 곳곳에 건드리면 터지는 ‘지뢰’ 투성이다.
7·26 재보선은 차치하더라도 당장 민심회복을 위한 야심찬 프로젝트들이 ‘인물난’으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할 운명에 처해있으며, 당·청 관계는 검은 연기를 피어내는 활화산으로 변해있다. 소위 ‘4대 쟁점 법안’으로 불리우며 그간 혼신의 힘을 쏟았던 법안들도 재론의 여지를 남기면서 오히려 위기 수습 의지에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그야말로 '악재‘ 투성이다.
당장 ‘뭘 해보려고 해도 사람이 없다’는 말부터 당 안팎에서는 나오고 있다. 28일 선보인 ‘서민경제회복추진위원회’의 출범이 늦어진 것이나 추진위원회의 향후 역할 여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김근태 의장으로부터 추진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도움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정운찬 서울대 총장은 29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기 간 사람들 다 망해서 오더라”고 했다. 열린당 소속으로 지방선거 경기도지사후보로 나섰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조차도 추진본부장 제의를 ‘단칼’에 거절했다는 후문이 나돌기도 했었다.
‘인물난’ 탓인지 오는 7·26 재보선도 민주당 등과 연합공천이나 공천연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출마자를 내지 말자고도 하고 있다. ‘엉뚱한’ 인물을 내느니,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이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반성의 의미를 보여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이날 진행되는 열린당 비대위 지도부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만찬도 벌써부터 당·청간의 검은 연기를 피어내는 활화산으로 변해있다. 노 대통령을 향해 “계급장을 떼고 토론하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간 청와대만 가면 주눅이 들어서 돌아온 열린당이 이번에는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라는 귀띔이다.
14.1%로 나타난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를 보고 누가 주눅이 들어서 돌아오겠느냐는 것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오늘 청와대 만찬에서 심한 논쟁을 벌이는 등의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도 “만찬 이후 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치고 나갈 사람은 없지만, ‘반기’들 사람들은 상당수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무위원의 지방선거 차출 등으로 ‘당에 할 만큼 해줬다’고 생각할 지도 모르는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이 모양이냐”면서 “당과 청이 어떻게 분리돼서 갈 수 있겠느냐”고도 했다.
이와 함께 당의 운명이라고 생각하며 그간 혼신의 힘을 쏟았던 이른바 ‘4대 쟁점 법안’ 가운데 일부 법이 헌법재판소의 부분적 위헌 결정을 받거나, 임시국회 운영의 파행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는 등의 재론의 여지를 남긴 점도 역으로 위기 수습 의지에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헌재의 부분적 위헌 결정을 받은 언론관계법과 개정사립학교법의 재개정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당내 논란도 불러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한편, ‘향후 열린우리당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이날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는 72.8%가 “현재 틀로는 안되니 새로운 틀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현재틀 유지 속에 자기혁신을 하라”는 대답은 20.0%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