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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눈물 또 눈물…’
지난 5·31 지방선거 출구 조사 직후, 당시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선거 참패에 대한) 당의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 크고 작은 모든 책임을 질 생각”이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로부터 한 달여가 지난 26일엔 당 위기 수습에 나선 김근태 의장이 그간 참아왔던 눈물을 5·31 지방선거 서울지역 출마자들 앞에서 쏟아냈다. “참혹한 좌절과 패배를 당하게 해서 면목이 없다”는 게 김 의장이 흘린 눈물의 이유였다. 열린당은 서울 지역에서 광역·기초단체장은 물론 광역의원 전원이 낙선, 그야말로 완벽하게 ‘전멸’했다. 김 의장은 한동안 말문을 잇지 못한 채 뒤돌아서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쳐냈다. 참석자 일부도 함께 흐르는 눈물을 쓸어 내렸다. “힘내시라”는 말과 함께 박수도 터져 나왔다. 5·31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냉혹한 민심이 유력 정치인이자 차기 여권내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동영 김근태 두 의장을 울게 만든 것이다.
기실 열린당의 눈물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참혹한 결과에 대한 눈물에 앞서, 막판 선거 판세 반전을 꾀하기 위한 눈물 등 열린당은 그간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지방선거 기간 중 강금실 당시 서울시장 후보는 ‘쪽방촌’을 방문해 쪽방집 안에서 한 거주자와 대화를 나누던 도중 ‘잔잔한’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당시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섰던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한 행사장에 참석, 할머니들을 보고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아흔 살이 넘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회한에 사무치는 듯 눈시울을 글썽거렸었다. 당시 강금실·진대제 후보캠프는 각각 이 장면을 홈페이지에 게재하는 등 대대적인 선거 홍보 전략으로도 이용하기도 했었다.
이에 앞서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당시, 열린당 의원들이 흘린 눈물은 아직도 열린당의 공식 행사가 있을 때 마다, 대형 스크린에 비쳐지는 ‘단골 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당시 일부 의원들이 국회 본회의장을 질질 끌려나오면서 ‘처절한’(?) 눈물을 내보이는 이벤트를 연출하기도 했었다.
눈물이 마를 새 없는 ‘열린눈물당’(?)이지만 세련되지도 않은, 늘 투박한 김 의장의 그간의 행보에 비쳐보면 이번에 그가 흘린 눈물은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벼랑 끝 위기에 처한 김 의장의 눈물이 웃음의 씨앗으로 다시 피어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심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수용해야 하는 김 의장의 책임에 당장 눈길이 끌리는 이유다.
민심의 풍향계라고 할 수 있는 네티즌들은 눈물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한 모습이다. 네티즌들은 “지금 국민은 눈물보다 능력을 원한다” “진보와 개혁의 꿈에서 깨어나라" “오만과 독선을 극복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