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선으로 당내 주요 당직을 두루 거치고 17대 하반기 국회 부의장에까지 임명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 바라보는 당내 소장파의 모습을 어떨까.

    한나라당 ‘빅3’ 중 한명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친형이기도 한 이 의원은 23일 소장파들이 당 개혁을 위해 쏟아내는 ‘제안’에 대해 “방향은 옳지만 현실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소장파들이 현실성 없는 이상을 좇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쓴 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당권을 잡기 위해 소장·중도개혁파 ‘미래모임’ 소속 의원들의 토론회 자리에서 나왔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중도성향의 ‘푸른정책연구모임’이 주최한 ‘한나라당의 새로운 미래를 모색하는 원탁대토론회’에 참석해 “그동안 젊은 사람들이 직언도 하고 투쟁도 하고 바른 소리를 해서 칭찬을 받기도 했지만 기성세대에게 밉게도 보였다”며 소장파를 바라보는 당내 중진 의원들의 시선을 전했다.

    이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당권에 도전할 단일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미니전대’를 계획하는 등 독자세력화에 나선 소장파들에 대한 격려 차원이었지만 축사 한마디 한마디 마다 뼈가 담겨 있는 듯했다.

    그는 16대 당시 소장파 의원들의 모임이었던 미래연대 고문을 맡았던 사실을 상기시킨 뒤 “16대 말 탄핵 때문에 아주 어려웠을 때 미래연대 소속 젊은 분들이 사무총장이었던 내게 와서 많은 제안을 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천막당사였다”면서도 “젊은 의원들이 사과하고 몸을 낮춰서 위기를 탈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비록 현실성은 없었지만 방향은 옳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그것(천막당사 아이디어)을 당에 받아들여 적절한 시기와 장소를 살릴 수 있었다”며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의 제안이 현실성이 없더라도 선배들이 받아서 현실화 시키고 구체화 시키면 된다. 그것이 선배들의 의무다”고 강조했다. 젊은 소장파 의원들에게 선배의 역할이 중요함을 우회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또 “기업에 있다가 정치권에 들어오니 속된 말로 헛소리 하는 사람들이 참 많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며 “오늘 토론회가 흔히 쓰는 말로 생산적이고 현실적이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 의원은 ‘뼈 있는 축사’를 마친 뒤에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두 시간이 넘게 진행된 토론회를 끝까지 지켜봤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은 토론자를 제외한 6~7명 정도였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킨 사람은 이 의원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