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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학교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발표 시점이 도마 위에 올랐다. 여야가 사학법 재개정 문제로 협상을 진행 중이며 이 문제로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감사원의 발표가 지극히 정치적이고 정략적이라는 것.
당장 한나라당은 감사원장 문책을 주장하며 감사원 발표에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이재오 원내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 참석해 "정부의 권력부서가 각종 정책 사안을 발표하면서 지극히 정치적 고려를 하고 있다"며 감사원의 사학 감사결과 발표시점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원내대표는 "어제 감사원이 발표한 사학 감사결과나 지난번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한 감사결과, 최근 검찰의 각종 선거사범에 대한 수사 등을 통해 정부·여당이 정치적 공권력으로 궁지를 만회하려는 매우 작위적인 구태정치를 되풀이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그는 "이미 국민은 미래를 보고 있는데 정부·여당은 아직 그들이 그토록 비난한 과거 구태정치를 답습하고 구태정치의 전형인 공작정치를 답습하고 있다"며 "감사원이 그렇고 경찰청이 그렇고 검찰 국정원 국세청이 그렇다"고 주장한 뒤 "그들은 국가 입장에서 정부업무를 담당하는 것이지 집권당 처지를 모면하게 하기 위해 각종 정치적 사안을 때 맞춰 발표하라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방호 정책위의장도 감사원의 감사발표 시기에 대한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 정책위의장은 "감사원은 보통 감사를 하고 나서 현지조사를 통해 의견을 청취하고 내부 의결을 통해 6개월 뒤 발표해왔는데 이번엔 서둘러 내부 의결도 없이 발표했다"며 "그것도 사학법 협상이 국회에서 열리는 시점에 맞춰 사학비리를 부각시키는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적절치 못하다"고 성토했다. 그는 "국가최고 감사기관인 감사원이 시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감사원장 책임"이라며 감사원장 문책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이 정책위의장은 이어 비리사학에 대한 내용을 발표하면서 정작 비리를 저지른 학교를 언급을 하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어느 학교가 비리사학인지를 명확히 하지 않아 마치 사학전체가 비리에 연루돼 있는 것처럼 오해하게 했다는 주장이다. 그는 "어느 학교가 어떻다는 얘기를 해야 나머지 학교는 깨끗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데 비리유형만 얘기해 모든 학교가 비리에 연루된 듯한 오해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대단히 부적절한 발표"라고 주장한 뒤 "감사원은 좀더 신중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충고했다.윤건영 수석정책조정위원장은 감사원이 감사결과를 발표하는 사안마다 정치적·정략적으로 발표시점을 달리하고 있다며 비판을 퍼부었다. 윤 위원장은 "비리사학에 대한 중간발표를 했는데 감사 종료 후 3주만에 감사결과를 발표했고 이는 다른 사안에 대한 발표와 비교할 때 너무 차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03년 말 감사원은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회계관리실태를 감사했는데 그 감사는 22일간 진행됐고 감사결과는 7개월이 지난 후에 발표했다. 감사규모가 비교적 작은 감사는 7개월 후 발표하고 더 규모가 큰 이번 사안은 3주만에 발표했다"고 주장했다. 또 "03년 6월부터 10월까지 벌인 공적자금 실태조사의 경우 무려 1년이 지난 04년 5월 28일에야 발표했다"며 "이 같이 국민혈세를 낭비한 공적자금 실태조사는 감사 종료 뒤 8개월이 지나서야 발표한 것으로 같은 해 4월에 있던 17대 총선을 의식한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그는 이어 "감사원의 감사의혹사례는 많다"며 "김선일씨 피살사건도 국정조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감사원 무용론이 제기되기도 했고, 철도청의 유전개발 의혹조사는 여권의 실세인 이광재 의원 감싸기라는 지적을 받았고, 행담도 개발사업 조사는 의혹의 핵심에 있던 청와대의 실세 정찬용 문정인 정태인 등에 대해 검찰에 수사요청을 하지 않음으로 논란을 불러왔다"고 지적한 뒤 "이 같이 감사원이 정치적인 상황을 의식하고 발표시점을 달리하는 것은 스스로 중립성을 훼손하는 일로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감사원의 행정부 감시기능 강화,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감사원의 국회이관 문제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