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대로 된 정부라면 자국민이 납치 된 것을 안 이상 어떻게 소극적으로 할 수 있겠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17일 일본인 납치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 가족과 김영남씨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납북자 문제에 대한 정부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이 같이 비판했다.

    박 대표는 이날 서울 염창동 중앙당사 대표최고위원회의실에서 두 가족과 30분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박 대표는 두 가족을 위로하면서 납북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는 현 정부를 강도높게 비난했다. 박 대표는 먼저 "한을 풀어들여야 하는데… 어제 처음으로 두 가족이 만나는 감격스럽고도 가슴아픈 뉴스를 봤다. 30년의 세월을 어떻게 보내셨는지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 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박 대표는 "두 가족이 똑같은 심정으로 살아오셨기에 서로 너무나 깊이 이해할 것이라 생각된다"며 "지금 김영남씨 외에도 485명의 납북자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 분들 중에는 돌아가신 분들도 계실테고 살아 계셔도 건강이 어떠실 지 걱정된다. 하루 빨리 가족들을 만나 한을 풀 수 있도록 해드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비인도적인 납치문제와 인권문제는 이미 전세계가 주목하는 중요한 사안이 됐다"며 "정부도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하고 이 자리를 빌어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이런 문제는 시간이 없다. 그 분들이 다 한을 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다음에 조치를 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며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지적한 뒤 "일본정부는 국민과 한 마음이 돼 수십년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북한에 납북 시인도 받아내고 납북된 분들이 돌아오는 것은 많은 느낌을 갖게 한다. (납북자 문제는)시간이 아주 화급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어 "어제 납북자 가족들이 관련 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회를 개최했는데 한나라당에서는 이와 관련된 법을 제정하고 개선하는 여러 법안을 내놨지만 여당도 이 법이 하루 빨리 통과가 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주기를 이 자리에서 강력히 촉구하고 싶다"고 밝혔다.

    납치패해자 요코다 메구미씨의 부친 요코다 시게루씨도 납북자 문제에 소극적인 한국 정부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요코다씨는 먼저 "우리가 한국을 방문하기 전 통일부에서 우리 가족과 만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후 박 대표가 이렇게 만나줘 대단히 고맙게 생각한다"고 인사말을 건넸다. 

    그는 "같은 민족인 대한민국 국민과 북한이 사이좋게 지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많은 피해자들과 이산가족들이 이 상태로 살아가서는 안되고 이것은 인권상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한 뒤 "박 대표가 납북자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안을 제출했다고 말했는데 열린우리당이 협력해 성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선 납북자들을 구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세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런 세력이 더 커져 많은 피해자들이 구제되도록 노력해줬으면 한다"며 "김영남씨 가족들과 처음 만나뵜는데 앞으로는 손을 맞잡고 운동을 해 한국내 여론이 높아져 하루 빨리 가족들이 서울에서 상봉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김영남씨의 누나 김영자씨는 "동생일로 나왔지만 박 대표와 정부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납북문제를 일본에서 시작해 여기까지 오게됐는데 대한민국 국민으로 한국정부가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그 외에는 바라는 게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박 대표는 "제대로 된 정부라면 자국민이 납치 된 것을 안 이상 어떻게 소극적으로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은 뒤 "만사를 제쳐놓고 자국민을 구해내고 가족을 만나게 해드리는 것이 정부의 최고의무 중 하나라 생각한다"며 거듭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