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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의 조강지처"(맹형규)
"총풍, 병풍, 안풍 터졌을 때 누가 앞장서 싸웠나"(홍준표)
"당이 어려울 때 온 몸으로 맞선 사람"(권철현)한나라당이 시·도지사 경선에 나선 당의 3선 중진 의원들을 외면했다. 한나라당은 이들 대신 깨끗한 이미지의 오세훈 전 의원을 서울시장 후보로 비정치인인 허남식 현 부산시장을 다시 부산시장 후보로 선택했다.
당 경선에 패배한 3선 중진 의원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이들 모두 상대후보에 비해 당에 대한 헌신과 기여도가 많았다는 것을 자신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는 점. 서울시장 후보에 나선 맹형규 전 의원은 경선 마지막 '조강지처론'을 들고나오며 당이 어려울 때 당을 지켰다는 점을 강조했고, 홍준표 의원은 '저격수'로서의 이미지를 부각시키며 '야당의 서울시장'을 강조했다. 권철현 의원도 허 시장에 비해 당이 어려울 때 보탬이 됐다는 점을 내세우며 당에 대한 기여도를 선거전략으로 사용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당 밖에서 이미지를 만들고 정치권과 거리를 둬 왔던 비정치인에게 일격을 당했다. 보수정당이며 어느 정당 보다 당에 대한 헌신과 기여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나라당에서 3선 중진 의원들의 잇따른 경선패배는 충격적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첫 번째 이유로 당 관계자는 "이념보다 이미지가 앞서는 추세가 가장 크게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식에서 생각했을 땐 당에 대한 기여도나 헌신도가 높은 후보가 대의원과 당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하지만 이젠 당선가능성, 즉 현실적인 문제가 대의원들에게 가장 중요하게 자리잡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 번으로 정치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불신이 '행정가'와 '비정치인'에게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3선 중진 의원이라는 타이틀 자체가 '구시대 정치인'이란 이미지를 풍기며 일반 대중들에게 거부감을 줬다는 것.
특히 민심을 50%나 반영한 한나라당 경선방식에서 이 같은 현상은 3선 중진 의원들의 경쟁력을 축소시키는 원인이 됐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실제 25일 치러진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27일 부산시장 후보 경선 모두 당초 예상과 달리 일반시민들의 투표참여율이 높았다.
서울시장 경선의 경우 30% 가까운 일반시민들이 참여했고 부산시장 경선은 이보다 높은 30~40% 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총 경선참여인단 중 일반시민이 무려 40%를 넘게 차지한 점을 감안하면 서울과 부산의 경우는 일반시민들의 표심이 경선 승패를 좌지우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본선경쟁력'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본선에서 여당 후보에 확실히 승산이 있는 후보를 선택했다는 점이 서울과 부산 시장 경선의 공통점. 서울의 경우 현역 시장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의 프리미엄이 있고 부산의 경우 한나라당의 텃밭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맹형규 홍준표 권철현 세 후보는 여당 후보와의 본선대결에서 불안한 모습을 나타냈다.맹·홍 두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여당의 유력한 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장관에 뒤지고 있었고 권철현 의원의 경우 오거돈 후보와에 대결에서 앞서긴했지만 격차가 오차범위 내로 불안한 리드를 하고 있었다. 반면 오세훈 허남식 두 후보는 각각 여당의 강금실 오거돈 후보에 여유있게 앞선다는 데이터가 있었다는 것.
당의 고위관계자는 "민심과 괴리되는 선택을 할 경우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확실히 당선될 수 있는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대의원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중진 의원들이 잇따라 경선에 패하자 당내에선 "앞으로 선거에 출마하려면 당 안에서 고생하지말고 당 밖에서 이미지 가꾸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