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쓴 경험으로 삼고, 가장 낮은 곳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가슴 아프지만 웃으며 기자회견을 시작하겠다던 한나라당 박진 의원이 끝내 눈물을 훔치며 서울시장 경선후보 사퇴를 공식 발표했다. 박 의원은 당내 경선후보 중 누구에게도 지지의사를 보이지 않은 채 본선승리에만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의원은 12일 오전 11시 국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6개월 동안 서울시 구석구석을 뛰어다니며 서울시를 발전시키고 서울시민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정책을 개발하고 비전을 제시했지만, 다른 측면에서 선거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현실의 벽을 절감했다"며 "지금은 도전이 아닌 결단과 희생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에 대승적 차원에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원칙과 룰을 지키며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왔다"며 "여러 면에서 부족함을 깨달은 소중한 시간으로 '정치가 어렵다'는 것도 새삼 알게됐다"고 경선 준비과정에 대한 소회를 전했다.

    뒤늦게 경선참여를 밝힌 오세훈 전 의원의 이른바 '오풍(吳風)'이 사퇴배경에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질문에 박 의원은 만감이 교차한 듯, 긴 한숨을 쉬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구체적인 말은 않겠지만 우리나라 정치문화가 제대로 발전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사퇴 이면에 또다른 사연이 있음을 시사했다. 일각의 오세훈 캠프 합류설에 대해서도 그는 "뭐라 할 말이 없으며, 지금은 자기성찰이 필요할 때"라며 부인했다.

    와병중인 아버지와의 대화 내용을 전하며 박 의원은 참았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3주전 산에서 쓰러져 뇌수술을 받은 아버지를 어제(11일) 병 문안 갔더니 '시장선거 잘되느냐'는 게 첫 질문이었다"며 "대답할 말이 없어 아들 노릇을 제대로 못한 것 같아 정말 마음 아팠다"며 손수건을 꺼냈다.

    박 의원은 이어 "서울시장 선거는 서울시민의 먹고사는 문제, 서울을 어떻게 하면 국제적인 문화환경도시로 발전시키느냐의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문제의 본질을 다룰 수 있는 깨끗하고 투명한 정치문화의 정착을 기대한다"고 말해 '이미지 정치'에 휩쓸리는 정치문화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내 타 경선후보를 향해 박 의원은 "나의 희생을 토양으로 한나라당이 희망의 꽃을 피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한나라당 후보들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선을 치루고 서울시장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길 기원한다"는 당부의 말을 건넸다.

    박 의원은 향후 거취에 대해 "6개월간 질주하던 차에서 금방 내려와 다른 것을 생각치 못했다"며 "경선준비를 하면서 느껴온 여러 문제와 과정을 정리할 시간을 가진 뒤 방향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당분간 당 경선과정에는 개입하지 않은 채 지방선거 본선과 2007년 대선승리를 위한 역할을 고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계동 의원에 이은 박진 의원의 사퇴로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 후보는 맹형규 전 의원, 홍준표 의원, 오세훈 전 의원,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 4명으로 줄어들었으나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는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를 3명으로 압축 시킬 예정이다. 경선은 25일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