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갑자기 몰아친 '오세훈 바람'에 한나라당은 연일 술렁거리는 분위기다. 오 전 의원의 출마를 침체된 서울시장 당내 경선 분위기를 띄우고 강금실 바람을 차단하는 효과 정도로 생각했던 의원들은 생각지도 못한 오풍(吳風)을 겉으론 반기면서도 내심 내키지 않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영남권과 보수성향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짙게 나타나고 있다. 또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박형준 의원등 수요모임 소속 의원들을 제외한 초·재선 그룹도 오 전 의원에 대해 탐탁치 않는 분위기. 그렇다면 오 전 의원을 지원하는 당내 그룹은 어디일까.


    지원그룹, 남경필 원희룡 등 소장파와 박계동
    경선서 영향력 행사할 그룹 찾기 힘들어

    일단 오 전 의원 지지그룹으론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박형준 이성권 등 수요모임 일부 의원들이 꼽히고 있다. 실질적으로 오 전 의원의 출마를 이끌어낸 이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사격을 펼치고 있다. 또 11일 경선을 앞두고 중도 하차한 박계동 의원이 공식적으로 오 전 의원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힌 상황. 

    하지만 이들의 지원이 당내 경선구도를 크게 뒤흔들지는 못한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제 투표권을 갖고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할 서울지역 대의원 확보가 가능한 의원은 원희룡 박계동 의원 뿐이다. 원 의원의 경우 당내에서 대중적 이미지는 높은 편이지만 조직엔 상대적으로 취약하고, 박 의원은 서울시장 경선참여를 밝히고 선거운동에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외부인사 영입"만을 주장하고 다니며 대의원들의 반감을 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결국 서울 지역 48개의 지구당위원장(현 당원협의회장) 중 오 전 의원을 지지할 그룹은 거의 없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 같은 분석은 오 전 의원의 지지그룹인 소장파 측에서도 공감하고 있다. 수요모임 측 한 관계자는 "오 후보는 조직이라는 게 사실상 없다고 봐야한다"며 "조직으로는 맹형규 홍준표에 게임이 안된다"고 말했다. 현재 지지그룹에 대해서도 "박형준 이성권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의원 정도가 강하게 밀어주고 있는데 힘든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오세훈, '거취고민하는 박진에 공개 러브콜'

    오 전 의원이 지원을 기대하는 그룹은 미래연대(미래를 위한 청년연대) 출신의 당원협의회장들. 현재 서울의 48개 지역중 미래연대 출신이 당원협의회장인 곳은 11군데다. 때문에 오 전 의원과 남경필 원희룡 의원등 소장파 그룹은 이들에 대한 설득작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이미 기존 후보 선거캠프에서 활동하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쉽게 흡수될지는 미지수다. 

    오 전 의원은 거취문제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진 박진 의원의 지지도 바라고 있다. 오 전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적으로 박 의원에 러브콜을 보낸 상황. 박 의원도 조만간 거취를 표명할 것으로 알려져 박 의원이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주느냐도 경선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일부 초·재선 의원들 중에도 오 전 의원에 대한 지지그룹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그 세력이 아직은 미흡하고 정작 서울 지역구 출신 중 오 전 의원을 지지하는 의원은 찾기 힘들어 초선 의원들에 기대는 것 역시 무리라고 볼 수 있다. 서울지역의 모 의원의 경우 오 전 의원의 출마에 대해 큰 반감을 갖고 있고 당 관계자도 "서울지역 대다수 의원들이 이미 기존 후보와 이해관계를 갖고 있어 쉽게 오 전 의원을 지지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고 말했다.

    소장파 지지는 오세훈 딜레마'?'
    '당내 미운오리 소장파 지지가 오히려 역효과' 분석

    결국 오 전 의원을 지지하는 중심그룹은 소장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장파의 지지가 자신의 조직력 확보에 플러스가 될 수 있을지는 자신할 수 없다. 한 초선 의원은 "수요모임이 나서면 오 전 의원에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오히려 역효과만 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서는 수요모임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솔직히 수요모임이 나서서 끌어올 수 있는 표가 있느냐. 당내에서 수요모임이 움직이면 역효과만 일으키는 게 사실인데···"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도 오 전 의원 지지그룹이 소장파라는 점 때문에 지지를 꺼리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당 관계자는 "소장파 지지로 오 전 의원이 경선에 통과하면 소장파가 당을 좌지우지하려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영남권과 중진 의원들, 소장파에 기본적으로 불만을 갖고 있는 대의원들의 우려가 크다"며 당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한 초선 의원은 "오 전 의원이 경선 통과를 원한다면 소장파가 뒤로 물러나야 한다"고도 했다.

    또 오 전 의원 개인에 대한 불만이 크다는 점도 오 전 의원의 경쟁력을 반감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그는 16대 국회 말 불출마를 선언하고 정치인들의 돈줄을 죄는 정치자금법과 선거법 개정도 주도하며 대외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얻은 반면, 비토 세력도 만들게 됐다. 이 때문에 당내에서는 "당 밖에서 이미지만 우아하게 가꿔 온 사람" "당에서 고생한 후보들을 제치고 무혈입성하려는 것"이란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당내에선 "지금 오세훈 바람이 불고 있지만 앞으로 토론회 등을 통해  검증이 이뤄지면 거품은 빠질 것"이란 전망과 "한나라당이 일시적인 바람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는 주장도 제기되며 오풍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