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장 후보 선정을 놓고 내홍을 겪고 있는 민주당내에서 한화갑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한 대표가 서울시장 예비후보자들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박주선 전 의원을 전략공천 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자 한 대표의 독단적인 당 운영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한 대표는 5·31지방선거 필승을 위해서 박 전 의원의 전략공천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反)한화갑 진영을 중심으로 한 대표가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자금에 대한 재판 등으로 처한 정치적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당을 이용하고 있다는 ‘원성’이 높다. 특히 이들 사이에서는 한 대표가 결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언론에 먼저 공표하는 형식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주당 공직후보자자격심사특별위원회(위원장 신중식 의원)는 지난 6일 서울시장 예비후보자들을 불러 의견을 청취하면서 후보 선정 방법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한 대표는 바로 다음날 공특위의 의견수렴 움직임을 일축해 버렸다.

    한 대표는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와 “선거는 이기기 위한 것인데 각 정당이 (경쟁자를 염두엔 둔) 표적 공천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전략공천하는 방향으로 당의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다른 후보가) 반발해도 이기는 후보가 아니면 안 된다”고 전략공천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장 후보로 차출한 사람에게 경선하라고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박주선 전략공천’을 당연시하는 한 대표와는 달리 당내에서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 실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승희 의원은 8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체 당원들이나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경선을 해야 경쟁력높은 후보를 낼 수 있다는 공감대가 넓혀지는 중"이라며 "당연히 경선을 해야 된다"고 압박했다. 이 의원은 “개인의견이 어떻다 하더라도 대표는 당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현역 의원들 대부분도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이를 한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예비후보자인 김경재 전 의원은 “경선실시를 요구하는 압도적인 당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전략공천을 한다면 결국 ‘전멸공천’이 될 것”이라며 “민주당·한화갑·박주선 모두 망하는 전멸공천이 될 것이기에 끝까지 저항하겠다”고 반발했다.

    김 전 의원은 한 대표의 당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도 여과 없이 쏟아냈다. 그는 “요새 한 대표를 보면 이성을 상실한 것 같다”며 “(2002년 민주당 대선 경선 자금 관련) 재판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해서 그런지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연민의 정도 느껴진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런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결코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억지를 쓰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는 이어 “광주 뿐만 아니라 전라남도 주요 기초단체장도 거의 전략공천을 해서 당원들의 마음이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며 “한 두 곳이 아니고 호남에서도 민주당이 궤멸할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온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또 다른 서울시장 예비후보자인 김영환 전 의원도 7일 긴급성명을 통해 “한 대표는 민주당의 민주주의를 척살하고 있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누구의 정당이냐. 누가 누구의 동의로 전남도지사 경선을 하고 있는 박 전 의원의 전략공천을 결정했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한 대표가 자신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한 대표는 열린당과 노무현 대통령을 비판할 자격이 없다”며 “한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를 망치는 것은 물론 민주당의 정신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