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이 5·31지방선거를 앞둔 마지막 임시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본격적인 여당 기선제압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은 4월 임시국회 첫날인 3일 ‘김재록 로비 의혹 사건’과 노무현 정부의 연관성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에 포문을 열었다. ‘노무현 정권 심판론’으로 5·31지방선거를 주도하기 위한 정지작업인 셈이다.

    한나라당은 우선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매각 과정에서 막대한 국부가 유출됐다며 노 정부 책임론을 강조했다. 또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 김재록씨가 모종의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들어 김재록 게이트의 핵심이 노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록 게이트 핵심은 노무현 정권”

    이재오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론스타가 외환은행 인수·매각을 통해 4조5000억원의 이익을 남긴 것을 지적하며 “론스타가 한 푼의 세금도 내지 않는 것은 국부유출로 노 정권 하에서 이뤄진 일이다. 노무현 정권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어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과정에 김씨가 개입돼 있다면 이것은 자연적으로 ‘김재록 게이트’와 연결된다”며 “김재록 게이트의 책임소재가 어디에 있는지 철저하게 밝히는 것이 노 정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적어도 김씨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모든 로비 의혹은 현 정권이 책임져야 한다. 이 사건의 핵심은 노 정권이다”며 “막대한 국부 유출과 로비자금 의혹에 대해 명명백백히 밝혀라. 노무현 대통령 스스로 국부유출에 대한 책임에서 헤어날 길이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회장의 출국에 대해서도 정부와 검찰의 사전 교감 의혹을 나타냈다. 이 원내대표는 “검찰이 권력의 눈치 보기를 하지 않는다면 한나라당 김재록게이트진상조사단이 정 회장의 출국금지를 요구했는데 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가 정 회장이 출국하도록 놔뒀느냐”고 따졌다. 그는 “김씨와 현대자동차의 관계가 김재록 게이트의 또 다른 핵심인데 정 회장을 그냥 외국에 가게 놔뒀다는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며 “검찰이 방조한 것인지 정부가 방조한 것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사무실 압수수색은 정치적 협박행위”

    한나라당은 또한 당 김재록게이트진상조사단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종구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정치적 협박’이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당 진상조사단이 김재록씨와 여당 유력 서울시장 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을 나타낸 직후 압수수색이 실시됐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이 의원의 사무실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은 어처구니없다”며 “한나라당 진상조사단이 강금실씨와 김재록씨와의 관계를 이야기해 진상조사단 주요 멤버인 이 의원의 사무실을 수색한 것이라면 이 정부가 김재록 사건의 불똥이 여권에 튈 것을 차단하기 위한 정치적 협박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는 “사전선거운동 혐의를 잡는다면 제보가 들어왔느니 자료를 내라고 하면 되지 영장도 없이 조사한다면 정상적으로 생각하겠느냐”며 “이것을 미끼로 론스타 수사를 방해한다거나 김재록게이트 조사를 물타기 하려 한다면 용서 받지 못할 것”이라고 분개했다. 그는 “막연하게 제보 하나로 사전선거운동으로 간주한 일은 군사정권에서도 없었던 일”이라며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일로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명숙 국무총리 내정자에 대한 열린당 당적 정리도 거듭 요구하며 당적 정리 없이는 인사청문회도 없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그는 “한 총리 내정자나 열린당, 청와대가 당적 정리 입장을 정하기 전까지는 인사청문회 일정에 응하지 않겠다”며 “인사청문회 일정을 잡기 전에 한 내정자의 열린당 당적을 정리하라. 4월 임시국회가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여당이 야당 요구에 협조해야 한다”고 했다.

    “열린당 후보 강금실, 한나라당이 이긴다” 자신

    이 원내대표는 이어 여야가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특별시장 선거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서울시장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열린당 후보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한나라당 후보들을 앞서는 것에 대해 “크게 염려하지 않는다”며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의 선거대책본부장을 했던 경험을 강조한 뒤 “서울시민들의 표 흐름, 향방을 잘 안다”며 “강 전 장관이 장점이 많긴 하지만 열린당 후보 강금실 대 한나라당 후보가 대결하면 한나라당이 이긴다”고 자신했다. 그는 “강 전 장관이 여론에 앞서는 것에 대해 그렇게 불안한 생각 가지고 있지 않다”며 “열린당에 가서 이재오가 크게 염려하지 않더라고 하라”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전체적인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싹쓸이 할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긴장하고 있다”며 “정당은 정치적으로 유리한 고지에 있을 때 긴장해야 하고 조심해야 한다. 지방선거에서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조심스런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 당내 공천 잡음과 관련 “당이 확실하게 몇 석을 잃는다고 할지라도 가차 없이 처벌하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