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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내 지각변동이 일어나는 것인가.
민주당의 광주광역시장 유력 후보로 거론되던 강운태 전 의원이 8일 돌연 대권 도전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강 전 의원의 ‘뜻밖의 결정’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광주·전남지역을 기반으로 ‘한화갑 이후’를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표면상으로는 ‘대권 도전’을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즉 한 대표가 민주당내 차기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그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대권주자 반열에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도 광주시장 출마를 저울질했던 강 전 의원의 그간 행보도 몸값을 올리기 위한 것 아니었느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또한 강 전 의원이 고건 전 국무총리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만큼 5·31지방선거를 전후로 펼쳐질 정계개편 과정에서 고 전 총리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세 확산 차원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민주당의 정치적 기반인 호남을 대변하는 ‘포스트 DJ’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광주·전남에 깃발을 꽂은 뒤 전북이 고향인 고 전 총리와 연대한다면 그 효과가 더욱 확실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강 전 의원은 현재 맡고 있는 광주남구위원장직을 유지하면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탈당도 지방선거 이후로 보류해 놓은 상태다. 이는 광주·전남지역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어 정치적 기반을 더욱 튼튼히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민주당에 대한 의리와 애정 때문에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도와준 다음에 강 전 의원이 독자행보를 걷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강 전 의원의 이번 결정이 고 전 총리와 충분한 의견교환을 통해 내려진 것임을 강조해 강 전 의원의 향후 독자행보가 고 전 총리와의 연대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했다. 그는 또 “고 전 총리와 강 전 의원은 20년 지기로 따로 만나 조언도 구하는 등 충분한 교감을 나눴다”며 “이번 결정에 고 전 총리도 암묵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그는 한화갑 대표에 대한 불만도 여과 없이 드러내며 확실한 각을 세우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은 쇄신이 필요한 상황인데 이를 위해서는 한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며 “한 대표는 불법 경선자금 문제도 걸려 있고 한 대표에 대한 당내 불만도 높다. 이미 대표력을 상실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이어 “한 대표가 버티고 있으니 강 전 의원이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없다”고 말해 당 대표에도 뜻이 있음을 내비쳤다.
강 전 의원의 이 같은 움직임이 ‘친(親)한화갑계 vs 반(反)한화갑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민주당내 상황과 맞물려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강운태 "광주시장 말고 대통령 되고 싶다"
강운태 민주당 전 의원은 8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민주당은 강 전 의원이 광주시장 후보 출마 뜻을 접음에 따라 당내 광주시장 후보 경선을 둘러싼 잡음도 일단락됐지만 씁쓸함은 남는 모습이다.
강 전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광주시장 선거에 나갈 것인가, 대통령 선거에 나갈 것인가 많은 고민 끝에 최종적으로 2007년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존의 정당조직에 얽매이는 형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뜻을 모으고 봉사를 일상화하는 사람들을 찾아 나서겠다”며 “2007년 대선을 향한 길이 비록 고되고 험난하더라도 오직 역사와 국민과 내일을 생각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광주·전남에 대한 애정도 여과 없이 드러냈다. 그는 “지난 30여 년 동안 공직의 길을 걸어오면서 대한민국을 세계 속에 빛나는 나라로 만드는 꿈과 내 고향 광주·전남이 낙후를 벗어나 서남해안 시대의 전진기지로서 국가발전을 선도해야 한다는 꿈을 키워왔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광주시장 출마를 접고 대선 출마를 결심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낙후된 광주·전남이 거듭나야 대한민국의 선진화가 가능하다는 일념 하에 한때 광주시장 출마를 검토해 온 것도 사실이지만 서남해안시대의 역사적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나라를 위해서나 지역을 위해서 올바른 일이라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자회견을 마친 후 5·18묘역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강 전 의원의 이 같은 결정에 민주당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민주당은 박광태 현 광주시장과의 빅매치를 위해 지난 6일 대표단 회의를 열고 지역위원장 사퇴 시한을 넘겨 광주시장 후보 자격을 잃은 강 전 의원에게 전격적으로 경선 참여 기회를 부여하는 ‘배려’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상열 대변인은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당원들과 광주시민들은 강 전 의원이 광주시장 후보로 나서 박광태 현 시장과의 빅매치를 벌이길 기대했으나 무산돼 아쉽다”며 “큰 정치의 길을 걷겠다고 했으니 잘 되길 바란다”고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