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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정권 우리것'이라는 진보, 착각하지 말라

입력 2006-02-09 09:40 | 수정 2006-02-09 09:40
중아일보 9일자 오피니언면 '중앙포럼'란에 이 신문 김두우 논설위원이 쓴 '진보, 실력 갖추라'입니다. 네티즌의 사색과 토론을 기대하며 소개합니다.

 오늘 한국의 진보는 안이하고 무능하다. 필자는 1월 19일자 이 난에 '보수, 아직 멀었다'는 글을 썼다. 철학적 기반이 얕은 보수,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보수, 국가 운영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보수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요지였다. 그러면 진보는 그런 보수보다 나은가. 냉정하게 평가하자면 오십 보 백 보다.

1987년 이후 민주화 과정에서 진보는 급속도로 세를 불려왔다. 현 정권이 들어설 때만 해도 진보는 확실한 상대적 우위에 서있었다. 그런 진보가 지금 어떤 형편에 처해 있는가. 진보 진영을 향한 국민의 시선은 싸늘하다.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념성향 조사에서도 '자칭 진보'는 확 줄어든 반면 보수와 중도는 증가했다. 물론 이런 조사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진폭이 크게 나타나기는 하지만, 거침없던 진보의 기세가 많이 꺾인 것만은 분명하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원인은 현 정권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물론 노무현 정권을 딱 부러지게 진보 또는 좌파정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노동계나 좌파 지식인들은 '신자유주의 정권'이라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 정권 출범 시 많은 국민은 진보정권으로 인식했으며, 운동권에서도 '진정한 좌파정권으로 가는 징검다리 정권' 정도로 인정했다. 그래서 노 정권의 실패가 진보세력의 위기로 쉽게 연결된 것이다.

복지 분야 예산을 대폭 늘리는 것만으로 빈부 격차가 해소되고, 균형외교와 자주국방이 말만으로 실현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환경을 보존하면서 필수시설을 건설할 수만 있다면 무슨 갈등이 있겠는가. 현실은 그렇지 않다. 돈이 없고 힘이 없고 시간도 없다. 민주화 투쟁 시기에는 뜨거운 가슴과 용기만 있으면 됐다. 머리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집권세력이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옳고 그른 게 뒤섞인 속에서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했다. 국민의 피부에 느껴지는 정책대안을 내놓고 야당도 설득해야 했다. 여기에 실패하면서 집권 3년이 지난 지금 국정지지도는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도덕성도 많이 상실했다. 과거 보수세력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 집권세력은 기득권화했다. 집권 초기에는 그나마 새로운 인재충원 방식을 선보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널리 인재를 구하기는커녕 집권층 밖의 진보세력과도 담을 쌓았다. 청와대 인사나 개각에서도 "자기들끼리 돌려가면서 다 해먹는다"는 비난이 나오는 지경이 됐다. 외부의 비판에는 똘똘 뭉쳐 반격하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 대통령 주위에 공고한 울타리를 치고 있다. 과거 보수도 그랬다. 

현 정권 탓만도 아니다. 꽤 많은 자칭 진보 지식인이 정부가 주는 자리에 탐닉하고, 자리를 넘보고, 연구비에 혹했다. 진보 성향이라는 언론이나 시민단체도 나을 게 없었다. 정부가 주는 지원금이나 광고에 매달리고, 정권의 시각으로 사회를 바라봤다. 어용을 하면서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자랑스러워했다. 그러면서 가끔 '보안법 폐지'나 '이라크 파병 반대' 등을 외치는 것으로 존재 이유를 찾았다. 콘텐트 없이 원칙론만 외치는 건 민주화 투쟁 시기에나 통하던 방식이다. 그렇게 진보는 스스로 기반을 무너뜨려 왔다. 진보를 '지속 가능하도록'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도 정권을 감시하고 내부고발을 하고 의제를 제시했어야 했다. 자기 혁신을 하지 못하는 진보는 더 이상 진보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진보가 '그래도 차기 정권은 우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이제는 국가운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국민이 움직이지 않는다. 지금 진보의 최우선 과제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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