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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대선자금 수수혐의로 복역했던 이상수 노동부 장관 내정자의 '과거 이력' 논란이 결국 '노무현 대통령 당선 무효' 주장으로 번졌다. 야당 의원들은 8일 오후에 속개된 인사청문회를 통해 노 대통령의 '보은(報恩)인사'를 지적하며 노 대통령이 단행한 1.2개각에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한나라당 배일도 의원은 "공직선거법 제265조에는 선거책임자가 징역형 혹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당선무효가 된다"며 "법적으로 대통령 당선무효는 아니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대통령도 당선무효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이같은 배 의원의 질문에 이 내정자는 곤란한 듯 말문을 잇지 못했고 이에 배 의원은 "물론 내정자가 답변하기 곤란하겠죠"라며 질문을 이어갔다.
배 의원은 "공직선거법 제266조에 의하면 선거관리비용을 불법으로 사용해 실형을 선고받으면 10년 간 공직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며 "장관은 정무직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제한이 없지만 법적 형평성 차원에서 보면 이 내정자의 장관임명은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이에 이 내정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는 사면이 됐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러자 배 의원은 "법은 공평해야 하는데 정무직이 갖고 있는 특수성이 있어 형평성에 문제가 되는 것 같다. 이런 부분에 대해 임명권자와 내정자 본인이 판단을 해야한다"고 받아쳤다. 그는 또 10·26재선거 당시 이 내정자가 상대후보로 부터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소당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 내정자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배 의원은 "이 내정자는 선거 출마과정에서 당선을 목적으로 지역초등학교 화장실 설치를 위한 예산지원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로 인해 상대에게 부터 고소를 당해 선관위 조사를 받았고 현재 검찰이 조사를 하고 있다"며 "실형을 받을 경우 장관으로 임명돼도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고 따졌다. 이에 이 내정자는 "고소하는 것은 자유지만 그 사건은 이미 45억원의 정부예산을 확보한 상황이었기에 전혀 문제가 안된다"고 답했다.
이인제 '이상수 잘못이 아니라 노무현 잘못'
노 대통령과 앙숙으로 불리는 국민중심당 이인제 의원도 인사청문회를 통해 노 대통령에 대한 감정을 쏟아냈다. 이 의원은 "불법 대선자금에 책임을 지고 형을 살고 나온 사람을 어떻게 나오자마자 국무위원에 임명하느냐"며 "법치주의 국가, 민주주의 국가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노 대통령에게 총구를 겨눴다.
이 의원은 "선거법을 위반해 100만원 벌금을 받으면 다음 선거에 나오지도 못한다. 사면복권한 사람도 다음 선거때까지는 나오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장관은 국가의 최고위 임명직이다. 어느 나라에서 이런 일을 하느냐. 민주주의 하는 나라에서는 들어본 일이 없다.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 내정자에게 건네진 불법자금이 이 내정자에게 준 것은 아니지 않느냐. 그런데 왜 대통령 후보자가 책임을 지지 안고 내정자가 책임을 졌느냐. 내정자가 대통령 후보자 대신 책임을 졌기 때문에 이번 인사를 '보은인사'라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상진 '우리나라에 노동장관 할 사람이 그렇게 없었나'
그는 이어 "권력을 잡기 위해 불법으로 자금을 얻어 쓴 사람이 그 정권 하에서 사면을 받고 최고 임명직에 임명될 수 있느냐"며 "법치주의, 민주주의 한다는 나라에선 들어본 일이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은 "이 내정자는 노동문제에 대한 능력과 자질을 떠나 불법정치자금 수십억원을 수수해 구속까지 되고 얼마 안돼 사면받았고, 잉크도 마르기 전에 선거에 출마해 결국 국민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그러더니 3달 후에는 고위공직자인 국무위원에 내정돼 이 자리에 나왔다"며 "그렇게 우리나라의 노동행정을 이끌어 갈 사람이 없느냐"고 성토했다.
"나도 희생양, 이제 용서할 때 되지 않았나"
이 내정자는 자신의 불법대선자금 수수혐의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계속되는 공세에 "국민께 죄송하고 송구스럽다"고 말한 뒤 "나도 역사의 희생양"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 내정자는 "지난 선거는 역대 대통령 선거 중 가장 깨끗한 선거를 치렀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개인적으로 한푼도 횡령을 한 적이 없고 감옥에서 고생하며 반성도 했다. 이제 국민들도 용서할 때가 되지 않았느냐. 남은 인생을 국민을 위해 바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