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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8개월 동안 참고 또 참으면서 민생정치에 매진해왔다"
"당 대표로서 의원으로서 양심에 어긋나지 않게 국가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정치를 하는 게 내 목표다"
"다른 사람과 달리 나는 당을 맡은 대표다. 당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면 (당이)유지될 수 없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6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지지율 하락에 대한 심경을 표출했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 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국무총리와 1,2위를 다투던 박 대표는 3위로 쳐졌고 당내 경쟁자인 이명박 서울특별시장에게 한참 앞서던 당내 지지율 역시 뒤쳐졌다.
또 이 시장과 첫 대리전을 펼친 원내대표 경선 역시 이 시장에게 패하고 말았다. 사실상 박 대표의 힘을 업고 출마한 김무성 전 사무총장 역시 한 친노 인터넷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세론'으로 가고 있다. 최근 원내대표에 이재오 의원이 당선된 것도 이명박계 계보 정치의 위력이 발휘된 것"이라며 박 대표가 이 시장과의 세대결에서 패했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 대표는 정가의 이 같은 분석에 개의치 않는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사학법 반대 장외투쟁 이후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지도라는 것은 오를 때도 있고 내릴 때도 있다. 자연스런 현상"이라고 일축했다.
사학법 반대 장외집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박 대표와 달리 여야 차기 대선 예비주자들은 사실상 차기대권 출마를 선언하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다. 김 전 총장도 "박 대표도 이제는 대선 준비에 들어가야 할 때"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대표 역시 정치스타일을 바꿔야 대선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고개를 저었다. "나는 당 대표다. 다른 분들과 달리 당을 맡고 있는 사람이기에 대선 출마와 관련해서는 상당히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타 경쟁자들이 시장과 도지사, 장관을 발판삼아 대권 채비에 돌입하고 있지만 자신은 그들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제1야당의 대표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상대 후보들에 비해 대권준비를 위한 운신 폭이 좁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박 대표는 "당 대표가 대선 준비를 하느니어쩌니 하면 당이 어떻게 되겠느냐"며 "당이 사적인데 이용됐다면 유지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국정운영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11페이지의 신년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가는 박 대표의 모습에선 '나라면 국정을 이렇게 운영하지는 않는다'는 비장함을 엿볼 수 있었다. 박 대표는 "올해가 노무현 정권 4년차다. 계속 양극화 해소를 하겠다고 했는데 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있다. 그러면 그 양극화 진단과 해법이 실패한 것 아니냐"며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실패'로 진단했다. 박 대표는 이어 "그렇다면 한나라당 주장대로 해볼 수 있지 않느냐"며 "자신있게 말하는데 작은정부라면, 민간에 대폭적인 자유를 주고 반기업·반시장 정책을 해소하고 안정적으로 간다면 회복할 수 있다"고 했다.
박 대표의 이날 회견은 자신이 당 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에 차기 대권에 대한 의지를 밝힐 수는 없지만 '국정운영에 대해선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부각시켜 공공연히 대권 도전을 선언한 당 안팎의 라이벌들과 차별성을 과시하려는 하나의 이벤트였다고도 풀이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