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까. 한국 사람이 세계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
김수환 추기경이 ‘황우석 사태’로 혼란에 빠진 상황에 대해 눈물을 흘리며 참혹한 심정을 드러냈다.
김 추기경은 지난 16일 평화신문과의 성탄특집 대담에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조작 의혹 중 일부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하며 2~3분간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22일자 평화신문에 따르면 김 추기경은 “‘의혹 일부가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한국 사람이 세계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부끄러운…”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떨어뜨렸다.
신문은 김 추기경이 2~3분간 침묵을 지속했으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친 뒤 떨리는 입술로 힘겹게 말문을 열었지만 “하느님은 한국인에게 좋은 머리를 주셨다. 그런데 그 좋은 머리를 좋게 쓰지 않고…”라는 말과 함께 또 다시 고개를 숙였다고 보도했다.
애써 감정을 추스른 김 추기경은 “하느님은 우리에게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토를 주지 않으신 대신 똑똑한 머리를 주셨다”며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우직한 자세로 우직한 사람은 정직하다. 왜 한국인은 세계무대에서 정직하지 못하다는 눈총을 받아야 하느냐”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논문에 관한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무엇을 섣불리 단정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사태를 황 교수 논문에 국한시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부정직하게 살았는지 또 진실을 외면하고 살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그게 바로 치유책이자 수습책이다”고 충고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교회가 ‘그것 봐라. 우리가 옳지 않았느냐’는 식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 나 역시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한 불치병 치료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가톨릭계 의료진이 힘을 합해 불치병 환자들의 기다림에 응답하는 결과를 내놓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이 사학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하라”
김 추기경은 사립학교법 개정안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다시 한 번 나타내며 “노무현 대통령이 사학계 의견을 존중해 법안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국내 중고등학교 3분의 1을 사학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학은 사립대가 국립대보다 많다”며 “그 많은 사학들 중 2%가 비리에 관련돼 있다고 하는데도 그걸 전체의 문제인양 사학이 비리의 온상인양 몰아붙여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비판했다.
그는 “사학 전체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서면 거기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2% 사학비리 문제가 얼마나 화급한 사안이기에 전체 목소리를 외면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개방이사제 등이 시행되면 학교 당국과 교사, 교사와 전교조 사이의 갈등이 끊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교육문제를 더 키워놓은 셈이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 삼간 태우는 격’이다”고 경고했다.
“북한인권 침묵하면서 강정구 교수 인권 보호하겠다는 것은 모순”
김 추기경은 북한 인권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서도 “이제는 우리가 북한에 대해 요구할 것은 요구해야 한다”며 “특히 인권 개선 문제는 북한뿐 아니라 민족적 동질감을 바탕으로 우리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독일 통일 전 서독은 동독을 향해 인권 문제만큼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얘기했다고 하는데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 문제 거론 자체를 터부시한다”며 “통일을 위해서라도 인권개선 문제는 거론해야 한다. 그것이 북한을 위하고 미래 통일한국을 위하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포애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못하는 정부가 강정구 교수 인권 보호를 목적으로 불구속 조사를 지시하는 것은 모순”이라며 “배타적, 폐쇄적 민족지상주의를 내세운 성급한 통일논의는 곤란하다”고 일갈했다.
그는 또 “만일 통일이 된다면 인권 불모지에 살던 북녘 형제들이 우리와 함께 살 수 있겠느냐. 아마도 갈등의 골이 깊을 것이다”며 “통일보다 더 시급한 것은 남북 모두에서 인간 존엄성이 지켜지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