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이어 21일 선고 또 연기… "재판장 8가지 석명 요구, 주심판사와 의견대립 때문일 것"
  •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 김명수 대법원장. ⓒ뉴데일리 DB
    "우리법연구회는 사법부 내 사조직이 아닌 연구단체로, 정파성을 가진다고 보기 어렵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후보자 시절이던 2017년 9월1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우리법연구회가 '사법부의 하나회'라는 주장이 있다"는 청문위원의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김 대법원장은 좌파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그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이기도 하다. 그의 임명을 두고 야당 측에서는 정치편향성과 관련해 의문을 제기했고, 김 대법원장이 청문회장에 나와 해명했다. 김 대법원장은 당시 "판사에 대해 그런 분류는 적절치 않고 모름지기 판결 내용을 갖고 판단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김경수 항소심, 선고 두 차례 연기… 법조계 "매우 이례적"

    최근 이 '우리법연구회'가 다시 법조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차문호·김민기·최항석)는 21일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변론기일에서 "특검이 김 지사가 경공모 사무실에서 열린 킹크랩 프로토타입 시연회를 봤다는 사실을 상당부분 입증했다고 판단했다"면서도 "그럼에도 '드루킹' 김동원 씨와 댓글조작을 공모했다는 것을 판단하기 위해 추가적인 심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를 지난해 12월24일 내릴 예정이었으나 한 차례 미룬 데 이어 지난 20일 또 갑작스레 선고기일을 취소하고 변론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선고기일이 두 차례나 미뤄진 셈이다.

    재판부의 이례적 결정에 법조계에서도 그 배경을 두고 다각적 분석이 나왔다. 그 중 '김 지사의 선고를 두고 재판장인 차문호(52·사법연수원 23기) 판사와 주심 김민기(49·사법연수원 26기) 판사 간 의견대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분석이 가장 주목받는다. 김 판사가 걸어온 길과 이번 재판에서 보인 행태 때문이다.

    김 판사는 김 대법원장과 같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 김명수 체제 출범 이후 법원행정처 폐지와 사법행정회의 신설 등을 추진하기 위한 사법발전위원회 후속추진단 단원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사법부 요직을 차지한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이 정부에 우호적 판결을 지속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판사도 김 지사에 대한 실형 선고에 부정적 견해를 보이며 차 판사와 부닥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법원 내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재판장과 주심의 의견이 맞지 않으면 복잡한 법원 규칙에 따라 FM대로 쟁점 하나하나에 판사 3명이 다수결로 정해서 갈 수밖에 없다"면서 "재판부가 공모관계 성립을 위한 석명을 8가지나 요구한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우리법 출신 판사, 재판장과 의견대립 가능성 커

    항소심 재판부가 공모관계 성립 여부와 관련 추가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도 1심 유죄 판단의 핵심근거였던 김 지사의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를 인정한 것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재판장 물갈이, 주심판사 유임' 소문이 법원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재판장이 김 지사의 유죄 근거를 명확히 하려고 했다는 것이다.

    앞서 1심은 김 지사가 2016년 11월9일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드루킹 일당에게 댓글조작 매크로 프로그램인 킹크랩 사용을 승인했다고 판단하고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대법원장과 대법관 9명을 교체했다. 이 중 5명이 우리법연구회 또는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좌파성향 모임 출신이다.

    사법부는 권력의 독주를 막고 인권침해를 막는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해야 한다. 판사는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중립적으로 판단하고 판결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나와서 했던 말대로 판결 내용으로 현재의 사법부를 보더라도 과연 정치적 중립성이 확보됐는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