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개월 만에 '패트 3법' 모두 날치기…의회민주주의 완전 붕괴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친문(親文) '폭주'가 시작됐다. 작년 4월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설치법, 검·경 수사권조정안(형사소송법 개정안·검찰청법 개정안)이 13일을 기해 모두 통과되면서다.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등 범여권은 '4+1'이라는 생소한 협의체를 만들어 쟁점법안 처리를 밀어붙였다. 권력을 견제해야 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8개월 넘는 시간 동안 이들에게 끌려다니며 무기력했다. 의회민주주의는 완전히 붕괴됐다.

    '선거의 룰' 바꾸면서 한국당은 '패싱'

    '4+1' 협의체는 지난해 12월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선거의 룰'을 제멋대로 뜯어고쳤다. 한국당과의 합의는 없었다. 당초 작년 4월 패스스트랙에 오른 선거법 개정안 원안은 지역구 의석을 253석에서 225석,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조정하는 내용이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대표발의했다. 그런데 최종적으로는 지역구와 비례 의석을 현행대로 하고, 비례 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한 수정안이 통과됐다. 8개월 동안 밥그릇 싸움을 하느라 여기저기 뜯어 고쳐진 선거법 개정안은 '누더기법'이라는 오명을 썼다. 개정된 선거법으로 4월 총선을 치르면 민주당과 한국당 같은 거대정당의 비례의석은 줄어들고, 정의당 같은 범여권에 속하는 군소정당의 의석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공수처법은 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된 지 3일 뒤인 지난해 12월 30일 통과됐다. 7월에는 공수처가 정식으로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다. '고위공직자 비리 척결' '검찰 권력 분산'이라는 누구나 공감할만한 명분으로 출범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 중인 검찰 힘 빼기가 주요 목적이다. 검·경 수사권조정도 이런 맥락에서 추진됐다. 범여권이 공수처법을 서둘러 통과시키려 했던 게 이런 이유에서다.  

    수사·기소권 모두 가지는 '괴물' 공수처 탄생

    공수처는 검찰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명분과 달리 수사와 기소권을 모두 가지는 '괴물' 수사기관으로 탄생한다. 한국당 등 야권은 "공수처가 출범하면 문재인 대통령의 친위대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 및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총리비서실 소속 정무직 공무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무직 공무원, 중앙행정기관 정무직공무원,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국가정보원 소속 3급 이상 공무원, 검찰총장, 시·도지사 및 교육감,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이다. 금융감독원 원장·부원장·감사, 감사원·국세청·공정거래위원회·금융위원회 3급 이상 공무원 등도 포함된다. 

    문제는 공수처장을 비롯해 소속 검사들이 집권하는 권력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로 채워질 수 어 정치 중립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수처장의 임기는 3년으로, 7명으로 구성된 처장 후보자추천위에서 올린 2명 중 1명을 대통령이 지명해 임명한다. 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으로 구성되며, 7명의 위원 중 6명의 찬성이 있어야 후보자로 추천할 수 있다. 야당 몫이 2명이지만, 범여권에 속하는 야당 추천 인사가 위원으로 들어가 있으면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공수처, 文 친위대로 전락하나

    특히 공수처 외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의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곧장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를 이첩 받아 뭉개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일가족 비리,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사건에서 보여준 청와대와 정부, 민주당의 조직적인 수사 방해 행위는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특히 최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으로 단행한 검찰 고위직 인사는 '살아있는 권력' 수사를 지휘하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손발을 모두 자른 '대학살'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살아있는 권력'이 견제받지 못하면 그 권력은 '폭주' 한다. 추미애 장관은 최근 국회에서 인사 의견을 내지 않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제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와 정부, 범여권은 지금 '폭주 열차'에 올라탔다. 그 종착역은 어디일까. 역사는 그곳이 어디인지 정확히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