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동 토지거래허가구역 1년 연장갭투자 등 투기거래 사전차단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난해 89건 중 불허 2건 실효성 미미
  •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뉴데일리DB
    ▲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뉴데일리DB
    서울시가 강남구 압구정동과 영등포구 여의도동, 양천구 목동, 성동구 성수동 등을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다.

    이들 지역이 재건축·재개발 등 개발 호재에 따른 투기와 집값 자극을 우려해 규제를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집값이 안정화 될 때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만 해당 지역 주민들은 초고가 주택이 밀집한 용산구 한남동, 서초구 반포동 등은 규제로 묶이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나고 주택을 마음대로 사고팔 수 없어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주장한다. 집값 안정에도 실효성이 별로 없어 '계륵'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17일 열린 제5차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주요 재건축단지 등 총 4.57㎢ 구역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했다. 대상 지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지구 24개 단지 ▲영등포구 여의도동 아파트지구와 인근 16개 단지 ▲양천구 목동 택지개발지구 14개 단지 ▲성동구 성수동 전략정비구역 1~4구역 등이다.

    이들 구역은 지난 26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만료를 앞두고 있었지만 위원회 결과에 따라 내년 4월26일까지 지정 효력이 1년 더 연장된다. 해당 구역들은 2021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두 차례 연장돼 3년 간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당시 서울시 측은 "투기거래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서 구역 지정이 해제될 경우 투기수요의 유입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국토교통부 장관이나 시·도지사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시행하는 제도로 일정 규모 이상의 주택·상가·토지 등을 거래할 때는 관할 시장이나 군수 또는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 구역에 속한 주택은 직접 거주 목적 등 한정된 경우에만 매수가 가능해 임대를 놓거나 전세를 끼고 집을 매입하는 일명 '갭투자'가 불가능해 투기 억제 수단으로 사용된다.

    사실 이 제도는 1978년에 처음 도입됐지만 최초의 토지거래허가지역 지정은 1985년 대전시 대덕연구단지 일원이었다. 금융실명제가 실시된 1993년에는 전 국토의 93.8%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이었던 적도 있었다.

    무엇보다 허가 없이 거래하다가 적발되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토지가격의 최대 30%에 해당하는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 계약도 무효가 되기 때문에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늘 따라 붙는다.

    결국 거래가 까다로워 지정 만료 날짜가 다가올 때마다 주민들의 해제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서명옥(국민의힘) 강남갑 당선인과 황희(더불어민주당) 양천갑 당선인 등이 구역 해제를 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되기도 했다. 
  • 하지만 서울시는 집값 안정화가 될 때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히려 이 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재지정을 앞두고 해당 구청에서도 의견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활성화를 위해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과 투기 방지와 집값 안정을 위해 재지정해야 한다는 구청이 나뉜 것이다.

    실제로 재건축 단지가 몰려 있는 서울의 한 구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재지정해달라는 종합 의견을 시에 제출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일대 거래량이 재작년까지 감소했지만 작년과 올해는 꾸준히 늘어나 여전히 관리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실효성 여부에 대해선 논란이 상존한다. 실제로 지난해 압구정·여의도·목동·성수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 신청 89건 중 불허 결정은 단 2건에 불과했다.

    부동산 업계 한 전문가는 "정부가 부동산 연착륙을 위해 전방위적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고 있는데도 유독 서울시만 정비사업 핵심 지역에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푼다고 해서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거래량이 갑자기 늘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