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학원가에서 시음행사 가장해 미성년자들에 마약음료 건낸 혐의법원 "마약음료 마시게 한 뒤 부모 협박해 금전 갈취 계획한 사건" "필로폰 1회 사용량의 3.3배 함유 … 미성년자 신체 기능 훼손 우려"
  • ▲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유포됐던 마약음료. ⓒ서울경찰청 제공
    ▲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유포됐던 마약음료. ⓒ서울경찰청 제공
    '강남 학원가 마약 음료' 사건으로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은 일당이 항소심에서 형량이 늘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는 30일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향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조직원 길모(27)씨에게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모(40)씨에 대해서도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심은 길씨와 김씨에게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필로폰 공급책 박모(37)씨와 보이스피싱 조직의 총책 이모(42)씨는 원심을 유지해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해외에 거점을 둔 특정 보이스피싱 범죄집단이 국내 학원 밀집지역에서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표적으로 삼아 시음행사를 가장해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뒤 그 부모를 협박하여 금전을 갈취하려고 치밀하게 계획한 다음 실제 실행에 옮긴 사건"이라며 "미성년자와 그 부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나쁘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마약음료에 들어가는 필로폰의 양과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아 통상적인 필로폰 1회 사용량의 3.3배에 달하는 0.1g의 필로폰이 함유됐다"며 "한번에 다량의 필로폰을 투약할 경우 급성중독 증상과 환각·망상 등 증세가 나타날 수 있고 특히 나이가 어린 미성년자들은 신체적 기능이 훼손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길씨 일당은 지난해 4월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시음행사를 가장해 학생들에게 마약이 든 음료수를 건네 13명에게 이를 마시게 한 혐의를 받았다.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해당 음료수를 '집중력 강화음료'라고 속이며 접근했다. 음료를 마신 피해자들은 15~18세이며 이들 중 일부는 환각증상 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당은 음료를 마신 학생의 학부모에게 신고하겠다며 협박전화를 걸어 금전을 요구한 혐의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일명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은닉하고 길씨에게 수거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김씨는 중계기를 사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변작하고 학부모 협박전화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보이스피싱 모집책인 이씨는 범죄 집단 가입·활동 등으로 기소됐다.

    검찰은 중국에 거점을 둔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 전반을 계획하고 저지른 것으로 봤다.

    1심은 지난해 10월 "이 사건 범행은 영리 목적으로 미성년자를 이용한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마약범죄가 결합한 신종 유형"이라며 "유사 사례를 찾기 힘들 만큼 건전한 사회 상식으로는 예상할 수 없어 재발 방지를 위해 중형을 선고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길씨를 재판에 넘기며 법정형이 가장 무거운 '미성년자 마약 투약 혐의'를 적용했다. 마약류관리법 제58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미성년자에게 마약을 제공하거나 투약한 자는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